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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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4개월이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이 아직도 오리무중인데,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 마음에 아픔과 의혹, 그리고 분노를 더해주는 소식들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전망이 희미해지고 있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는 여러 사건들, 군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과 선임병들이 가혹행위로 후임병을 죽인 사건, 열차 충돌사고, 전철 정지사건 등으로 며칠 간격으로 놀라움을 경험하고 있다. 요즘에는 연일 이어지는 군인들의 자살소식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정말 이런 나라에서 살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가 하는 불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에 충격을 받고 온 나라가 좌절감과 분노에 휩싸였지만, 그래도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바뀌어 안전하고 국민들이 살 만한 나라로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으면서 다시 살아 갈 힘을 얻었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마저도 자신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수백 명의 희생을 대가로 우리에게 온 기회를 눈앞에서 걷어차 버리는 정부와 정치인들 앞에서 할 말을 잃게 된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그토록 큰 충격을 주었던 이유는 이 사고가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여객선의 침몰사고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국가기관의 신속한 대처와 구조활동이 있었더라면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을 죽게 했다는 사실이다. SNS에 올라 온 교황님의 말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분이 제시한 지침 중에 제1의 것이 ‘살고, 살게 하라’는 것이었다. ‘산다’는 것은 우리가 존재하는 기반이다. 우리가 국가를 이루고 사회를 구성하는 이유도 ‘살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가장 큰 책무도 국민을 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살고, 살게 하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환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세월호 참사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사고에서 그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는 일이 이제는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위임을 받아 행정을 하고 정치를 하는 정부관료나 정치인들은 이 기본적인 책무를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이 책무를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이번 참사로 가족을 잃고서도 자신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관료와 정치인들은 유족들이 단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배, 보상이니 대학특례 입학이니, 의사상자 대우니 하는 것들을 먼저 꺼내들고서는 가족들이 이를 요구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것만 보아도 이들은 이 책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부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제1의 책무는 국민을 살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부관료와 정치인들에게 이제 안전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정확한 한 걸음을 내딛기를 요구한다. 먼저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세월호 사건이 사람들이 무신경하게 계속해 온 관행(전례) 때문에 참사로 이어진 것이기에, 그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려면 전례에 없던 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조사위원회나 특검활동이 권력에 무력했던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참사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하고, 그를 위한 강력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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