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기억 전승의 중요성
기록과 기억 전승의 중요성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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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강진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쓰고 있는 ‘명량’의 명장면 중 사투 직후 노꾼들의 눈물겨운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알까 모르겠네”, “모르면 호로새끼지”. 이 말은 지난주 광복절과 겹쳐 기억의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역사에서 기록의 의미는 중요하다. 특수한 상황에서 획득된 개인의 기억 정보가 사회관계 속에서 공통된 의미를 갖는다면 역사적 사실로 확장된다. 전체와 연관된 기억은 시공의 제약을 뛰어넘는 문자로 기록될 때 지배적 권위를 발휘한다. 공동체의 신념에 따라 기록으로 선택된 과거 기억이 교육이나 독서나 영화감상 등의 간접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되기 때문이다.

기록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한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난중일기,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조선왕조 의궤, 훈민정음,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동의보감, 새마을운동 기록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등재되어 있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어 영구 보존할 자료로 평가한 것으로 우리 민족문화의 진수를 기억하게 하는 값진 기록유산이다.

소중한 기록물의 보유도 중요하지만 기록 해석은 민족공동체의 장래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북방 영토에서 전개된 우리 고대사의 흔적을 없애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 예이다. 패권주의에 바탕을 둔 국가 차원의 이 프로젝트가 고착화되면 고조선, 고구려, 발해 강토는 중국에 영원히 귀속되고 만다. 우리 기억과 중국 기억이 상호 충돌할 수밖에 없는 역사전쟁임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방위백서나 교과서에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날조해 집단기억으로 몰아가고 있다. 어릴 적부터 왜곡된 지식을 습득한 대다수가 군국주의를 부활하면 끝내는 영토분쟁으로 귀결될 것이다. 기억 조작도 문제지만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기억 배제 또한 심각하다. 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군 만행을 용기 있게 고발한 구술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흩어진 기억 재구가 역사의 진실을 증명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유감 표명 수준의 인정주의는 수명이 길지 않다.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사실 조작이나 기억 배제의 작태에 대해서 당당히 맞서야 한다. 역사는 진실한 기억과 강요되는 망각 사이의 투쟁이다. 기록의 본질은 공동체의 가치 있는 기억을 다음 세대로 전수하는 데 있다. 과거의 교훈을 망각하면 명량대첩 노꾼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기록유산에서 통찰한 기억의 총량은 국가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근간이다.

하강진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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