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90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90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장. 2. 대장간을 찾아서
그들은 몰랐다. 그다음에 일어날 사태를.

“헉! 저, 저, 저기……?”

정평구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왜, 왜요?”

조운도 크게 소스라치며 정평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북쪽 능선 쪽을 쳐다보았다. 정평구는 그들이 타고 있는 비차가 흔들릴 정도로 온몸을 떨며,

“저, 저게 뭐, 뭐요?”

“예? 무얼 말씀입니까?”

“저, 저것 말이오. 가, 강형 눈에는 아, 안 보이요?”

조운의 눈에 정평구가 말하는 그 물체가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그렇지만 거리가 멀어 그게 무엇인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호, 혹시 왜, 왜군이 아닐까?”

마구 떨리는 정평구의 그 말에 조운은 심장이 멎는 듯했다. 마침내 왜놈들이 비차를 발견하고 말았는가. 그러면 이제 모든 게 끝장이다.

정평구는 여차하면 비차에서 뛰어내려 달아날 태세였다. 하지만 조운은 비차에 불을 질러버릴 생각을 했다. 놈들에게 빼앗기기보다는 차라리 없애버리는 길을 택할 것이다. 이게 저놈들 손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악용될지 모른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각오를 하며 능선 위에 나타난 그 물체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던 조운의 입술 사이로 안도의 한숨소리가 흘러나온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아, 왜군이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그럼 누, 누구요?”

조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저희 동네에 살고 있는 미친 여잡니다.”

“미친 여자?”

도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정평구는, 왜군만큼은 아니지만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괜찮습니다. 제 아닌 다른 사람이 있으면 가까이 오지 않으니까요.”

조운의 말이 얼른 이해되지 않은 듯 정평구는 눈만 끔벅거렸다. 이해가 되지 않기는 조운도 마찬가지였다. 왜군이 아니어서 그보다 더 큰 다행이 없긴 하지만, 지금쯤 가족들을 따라서 멀리로 피난을 가 있는 줄 알았던 광녀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그를 적잖은 혼란과 근심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왜놈들 눈에 띄게 되면…….’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섬나라 오랑캐 놈들 새끼를 배지 말란 법이 없다. 그 더러운 놈들의 씨가 들어 불룩해진 배를 안고 돌아다닐 광녀의 모습을 떠올리니, 조운은 머리털이 죄다 빠져 나가고 심장이 터져 그대로 죽어 넘어지고 말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정평구가 조운의 팔을 잡아 흔들며 이렇게 물었다.

“저 미친 여자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게요?”

조운은 그만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비차와 더불어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느낌에 빠져버렸다. 분명히 광녀는 능선 위에 서서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