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리포트]군부대 앞 임금체불 농성…무슨 일?
[경제팀 리포트]군부대 앞 임금체불 농성…무슨 일?
  • 강진성
  • 승인 2014.08.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일 덤프트럭 기사들이 공군교육사령부 앞에서 체불임금을 해결해 달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18일 오후. 진주시 금산면에 위치한 공군교육사령부 앞에는 입영장병을 태운 차량들로 긴 줄이 생겼습니다. 부대 앞 도로에서 눈에 띄는 팻말이 보였습니다. ‘죽어라 일만했다. 군 발주공사에 임금체불이 웬말이냐.’ 그 뒷편 천막에는 건설노조 조합원 20명이 모여있습니다.

일반 사기업도 아니고 군부대 앞에서 임금체불 농성을 벌이는 일은 드문 풍경입니다.
 건설노조의 말은 덤프트럭 기사 4명이 지난해 여름 공군교육사 부사관 교육대대 공사에 일을 했는데 1개월분의 임금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못받은 돈은 총 1050만원. 당사자에게는 큰 금액이겠지만 농성 규모와 비교하면 예상보다 많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이때 체불 당사자 A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농성하고 있는 시간에 차라리 일을 해서 못받은 만큼 돈을 버는게 빠를 수 있어요. 하지만 너무 괘씸해서 넘어 갈 수 없어요.”

악이 차오를때로 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지난해 이들은 공군교육사령부 교육대대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와 계약하고 수개월간 일했습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그해 10월 공사를 마치고 돌연 폐업을 하게 됩니다. 이들 말로는 사장이 잠적했다고 합니다. 2개월치 임금이 밀렸는데 원청업체가 1개월치를 지급해 현재 1개월 분이 남아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폐업한 하청업체의 실질 대표는 새업체를 내고 여전히 공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설업계에서 하도급 업체가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는 일이 허다하고 합니다.

하청업체는 체불액의 50%를 지급할테니 합의하자고 했지만 건설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합니다.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청산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노력이 없었어요. 임금을 안주려고 폐업을 반복하는 행태를 고쳐야 해요.” A씨는 건설업계 악습을 끊기위해서라도 그냥 두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원청업체와 통화하니 자신들이 나머지 체불임금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합니다. 이미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모두 줬기 때문에 이중지불이라는 이유입니다. 사실 현실적으로도 원청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청업체 대표와도 통화를 했습니다. 그는 공사를 하고도 남은게 없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합니다. 임금을 못받은 나머지 사람들은 50~60%정도에서 모두 청산했는데 유독 4명만 모두 달라고 하니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합니다. 50%선에서 합의하자고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공군교육사는 더 난감한 입장입니다. 마치 공군이 임금을 체불한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현장은 부대 내부가 맞지만 국방부가 발주했고 공사대금은 모두 원청업체에 지불됐습니다. 하필 농성 당일은 수천명의 입영장병과 가족이 부대로 들어오는 날이었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도의적 책임’은 있을 수 있겠지만 공군에서 해결을 위해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사작성을 마친 오후 늦게 건설노조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원청과 하청업체에서 체불임금 80%를 지급하는 선에서 조금 전 노조와 합의했다고 합니다. 늦은감이 있지만 원만히 해결됐다니 다행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