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년전 ‘거제관광단 시찰일기’ 번역본 나와
103년전 ‘거제관광단 시찰일기’ 번역본 나와
  • 김종환
  • 승인 2014.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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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출간 책자형 기록물…경남일보 12차례 연재되기도
거제시가 지난 1911년 8월 7일 거제군이 펴낸 책자 형태 기록물인 ‘거제관광단 시찰일기’를 번역과 교정, 감수를 거쳐 최근 번역본을 펴낸 가운데 번역본 중에 거제관광단의 활동을 경남일보(본보)에서 12차례에 걸쳐 연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시찰일기는 거제가 고향인 신삼생(76)씨 어머니가 아궁이 불쏘시개로 쓰일뻔한 것을 보관하다 아들 신씨에게 맡겨졌고 신씨의 친구인 김백훈(76) 전 거제종합고등학교 교장이 자료의 가치를 알아보고 거제시에 기증하게 됐다.

거제관광단 시찰일기는 공무원, 면장, 일본인 경찰 등 23명이 1910년 8월 11일부터 19일까지 9일 동안 통영, 진주, 마산(현 창원)을 방문한 기록이다. 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가로 17㎝ 세로 24㎝ 크기며 한지에 한자와 한글 활자를 인쇄했고 79쪽 분량으로 되어 있다. 거제관광단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8월 29일)를 앞둔 시점에 도내 주요 도시 3곳을 둘러봤다. 이들의 임무는 도로 수선, 교량 건설, 임업 재배, 농묘 개량, 실업학교, 국공립학교, 상품진열, 상업·공업 현장을 견학하는 것.

우선 배를 타고 통영에 도착한 이들은 포구 주변에서 증기로 가동하는 방앗간에서 일본인 관리인으로부터 방아기구와 풍륜기 등의 사용방법을 듣고 엄청난 작업 효율에 깜짝 놀랐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어 당시 도청 소재지인 진주에 도착한 이들은 “진주를 둘러싼 것은 모두 산이요, 평평한 것은 모두 대로(큰 길)인 것 같더라”며 진주의 첫인상을 소개한다.

진주 공무원들은 도청에 도착한 이들에게 국내와 해외에서 만든 물품 등을 전시한 ‘물품진열관’을 구경시키고 경찰서도 둘러보게 한다.

거제관광단은 ‘공립실업학교’에서 누에 부화를 보며 양잠 방법 설명을 듣고 토마토, 고추, 가치, 호박, 수박 등이 자라는 종묘장도 관람한다.

거제관광단 방문에 맞춰 마침 진주 촉석루에서는 일본 헌병과 경찰의 검도대회도 열려 성황을 이뤘던 것으로 나온다. 이들은 도청에서 일왕의 사진이 놓인 ‘봉안실’ 참배를 했다. 진주에 있던 경남일보는 이들에게 신문 제작 과정도 설명하고 태극기와 만국기가 걸린 촉석루에서 성대한 환영행사도 열어줬다고 나와있다.

거제관광단의 활동은 1910년 9월 16일부터 모두 12차례에 걸쳐 경남일보에 연재되기도 했다. 시찰일기에는 주필인 장지연이 이들에게 “관광하는 목적은 문명 진보에 매우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집집마다 관광단을 만들고 사람마다 관광단을 만들어 하루에 한 번씩 관광을 한다면 문명진보에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 방법이 무엇이냐 하면 신문이 바로 그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돼 있다. 이들은 8월 15일 진주를 떠나 16일 진해를 거쳐 신마산항에 도착한다.

마산의 모습은 “갖가지 주점이 시가지 아래위로 빽빽이 들어서 있더라. 기차가 길을 달리니 유성과 질풍도 미치지 못하는 듯하고 전선이 공중에 겹겹이 설치되어 새가 쉬어가고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듯하구나”라고 적혀 있다. 당시 거제군에는 8200여 가구, 4만3360명이 살았다고 기록돼 있다.

군민들을 대표해 견학에 나섰던 거제관광단은 19일 거제로 돌아와 성대한 환영식에서 ‘대한 만세, 거제 만세’를 세 번 외치고 해산했다.

구훈민 거제시청 행정과 기록연구사는 “이 책은 경남 도내 주요도시의 산업·문화 수준과 지식인들의 사상과 개화운동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자료”라고 설명했다.

거제시는 번역본 내용을 시정 소식지에 연재하고 시 홈페이지에도 소개할 계획이다.

거제관광단 사찰일기
거제시는 1911년 8월 7일 거제군이 펴낸 책자 형태 기록물인 ‘거제관광단 시찰일기’에 대한 번역·교정·감수를 거쳐 최근 번역본을 펴냈다. 공무원, 면장, 일본인 경찰 등 23명이 1910년 8월 11일부터 19일까지 9일 동안 통영, 진주, 마산(현 창원)을 방문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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