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 ‘돼지고기와 명태·삼색나물’ 그 의미는?
제사상 ‘돼지고기와 명태·삼색나물’ 그 의미는?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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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철 (진주시 상평동장)
어느 문화권이든 신에게 받치는 희생물은 인명 버금으로 소중한 유사가치의 짐승인데 예외가 없다. 그것이 한국에서는 고대부터 돼지였다. 아기를 집에 뉘어 두고 화전갈이 하던 아낙이 젖이 불어 곁에서 나무뿌리 뒤지는 돼지새끼 한 마리를 안고 그 젖을 빨리는 것이 관례였다. 이는 사람 젖과 돼지 젖의 동질성을 ‘체험 방’이라 할까. 돼지는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를 치워 주는 필요성에서 사육되었음을 감안하면 사람과 같이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장기 기능일 것을 미루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의 장기와 그 크기와 기능이 가장 흡사한 것이 돼지다. 돼지를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삶이 죽으면 전생(轉生) 한다는 윤회사상에서 이승에 업보(業報)가 있으면 죽어서 돼지로 태어난다고 알았던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명태는 왜 제사상에 올라가는가. 명태 없이는 제사를 못 지낼 것으로 알고 있는 한국인이다. 예부터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두루 먹어 왔고 말려두고 연중 먹을 수 있는 보편성 때문만은 아니다. 신명에게 받치는 희생음식은 어느 한 군데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불문율이 있다. 이 조건에 가장 부합되는 것이 명태이기 때문이다.

살 말고도 내장으로 창란젓갈, 알로는 명란젓, 대가리로는 귀세미(閘亞)김치(아가미 총각김치?), 심지어 눈깔을 구워서 술안주, 껍데기는 말려 두었다가 살짝 구어 삼 싸 먹고, 꼬리와 지느러미는 볶아서 맛국물을 낸다. 곧 명태는 36가지의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일반상식이다. 명태는 모든 것을 다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많은 놈이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고기야말로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마땅하지 않겠는가.

또한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삼색나물(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그 의미는 무었일까. 도라지는 ‘도(道)를 알아라’는 뜻이다. 도라지라는 이름이 전해지는 뜻으로는 도를 알지→ 돌아지→도라지 道(도 도) 我(나 아) 知(알 지) (나를 알아가는 도를 말함), 즉 도라지는 일의 목적을 나타낸다. 도라지라는 말 자체로는 도를 알자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고사리(高事理)는 이치에 닿는 높은 사고의식으로 일을 하라는 의미이다. 고사리는 하늘로 뻗어가는 기운의 모습을 하고 있고 사람의 손의 모습과 흡사하기도 하다. 옛날 유물 또는 벽화에서 보아도 고사리 모양 문형이 많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기(氣)의 발생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시금치는 도(道)를 구하는 마음을 지금 이 시간부터 주저하지 말고 행하라는 의미이다. 삶은 다음에도 항상 싱싱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금치의 모습처럼 항상 처음처럼 곧게 나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세 가지 나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의미가 있다. 뿌리채소인 도라지는 조상, 줄기채소인 고사리는 현세를 사는 우리, 잎채소인 시금치는 후손을 의미하기도 하고, 흰색의 도라지는 뿌리를 의미하는 조상을, 나무 색의 고사리는 줄기의 의미로 부모를, 초록의 시금치는 잎을 의미하여 자식을 뜻하기도 한다.

대대손손 한자리에 모여 화합한다는 깊은 뜻이라고 하니 얼마나 오묘한가. 이 같은 조상들의 지혜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외에도 콩나물과 무나물 그리고 숙주나물 등을 올리기도 한다.

 

앙재철 (진주시 상평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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