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통의 조건
진정한 소통의 조건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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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영산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필자는 지금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글을 쓰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경일포럼의 독자를 만나는 필자로서는 어떤 주제로 독자와 만날 것인가는 이제 제법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번 8월에 생각했던 주제는 ‘쉼’, ‘휴가’의 필요성을 생각했었다. 아직도 고위 공직자나 사회지도층이 제대로 된 휴가를 가지 않는 것이 미덕인양 되어 있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제 그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부산의 벡스코에서 제7회 부산국제광고제가 열렸다. 20년을 광고계에 종사했고 그 후 지금까지 대학에서 광고를 가르치고 있는 필자에로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행사였지만 마지막 날인 어제 구글이 제공한 세미나 ‘메디슨 애비뉴에서 실리콘밸리로의 여정’은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세미나는 광고의 발전과정을 소개하면서 현대의 광고의 특징을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정의하였다. 피상적으로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필자에게 강력한 충격을 준 것은 이때 제시된 북구의 어느 내복회사의 광고였다. 이 회사는 2013년 10월 1일 ‘투하(the drop)’라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캠페인의 내용은 이렇다. 비행기에서 수많은 낙하산이 투하된다. 착지점을 크로즈업 해 보니 섹시한 내복 차림의 남녀 한 쌍이 내리면서 이 내복을 투하할 도시를 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결과를 보여주는 세계지도에는 유럽에 대부분이 몰려있었고 지도의 크기 상 우리나라인지 중국인지 구별이 불가한 곳에 분포가 몰려 있었다. 나는 거기가 북경이려니 생각했다. 지도를 확대해보니 그곳은 정말 뜻밖으로 평양이었다. 네티즌들은 가장 폐쇄적인 북한을 역설적으로 지목한 것이다.

‘불가능’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청중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지만 상황은 이내 반전되었다. 그 나라 주재 북한 영사관이 발행한 담당자 비자와 담당자가 평양의 한 호텔 로비의 김일성 부자의 대형 초상화 옆에서의 인증 샷과 함께 그 호텔 창밖으로 연출한 낙하산 투여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소비자들의 여망을 실현하는 기업의 자세를 보여 주었다. 반전된 상황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세미나는 앞으로, 아니 지난 시간으로부터의 커뮤니케이션의 화두는 소통, 즉 경험의 공유임을 강조하였다. 함께 소개되었던 구글의 기업문화 또한 필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는데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에서는 신입사원은 의무적으로 삼원색으로 된 구글 모자를 일주일간 착용하고 다님으로써 기존 사원들이 먼저 인사를 청해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겠다 싶었다. 사회 각 구성원의 입장에서 서로 상대가 내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려 노력하고 그것을 해결해 주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과 시도가 있을 때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은 해소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지금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야 한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누면 커지는 역설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나 루게릭 병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이벤트는 참으로 놀랄만한 속도로 번져 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이기적인 기준을 들이대고 눈앞의 손익을 따지는 속물로 여전히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세월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원칙은 서로 존중하면서 양측이 서로 양보하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우리들의 정서가 지극히 감정적이어서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경향이 크지만 미국 미주리의 퍼거슨시에서 있었던 사건이 타산지석이 되어야 한다. 주 방위군까지 투입되었던 긴장감이 법무장관의 현장 방문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은 참으로 부러운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사건을 잊거나 용서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의 타협과 양보를 하자는 것이다. 이유는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고 우리는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훈 (영산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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