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주의에 맞서 싸우라
물질주의에 맞서 싸우라
  • 박성민
  • 승인 201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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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한국사회에 큰 울림을 던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4박 5일 방한이 끝났다.

지난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맞서 싸우라’고 강조한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OECD국가 중 6위에 달하는 현 상황을 생각할 때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또 교황은 삼종기도를 통해 “성모님께서 우리 중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 특별히 병든 이들과 가난한 이들, 존엄한 인간에게 어울리는 일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을 자비로이 굽어보시도록 간청한다”며 일자리를 갖지 못해 위협받는 실업자와 미취업자를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교황은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를 꼬집으면서도 치유의 기도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교황 방한의 경제적 효과를 돈을 환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광화문 시복미사의 100만인파로 인해 인근 편의점 매출이 증대했고 출판계와 서점가는 교황방한 특수를 누렸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또 최경환노믹스로 대표되는 내수진작 정책과 더불어 내수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지난해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절반가량이 “10억원이면 감옥 가도 괜찮다”고 응답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겉으로는 25년만의 교황방한의 의미를 성스럽게 포장했지만 어쩌면 우리는 경제적 효과에 더 반색했을지도 모른다.

교황은 말하고 있다.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의 빈부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삶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물질과 권력, 쾌락 숭배의 징후들을 보인다고 또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 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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