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역할과 가정교육
학교의 역할과 가정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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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 동명학교 교감)
요즘의 뉴스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가 확실한 부실공화국이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경향 각지의 도로엔 많은 싱크홀들이 확인되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가 하면 세월호 사건 이후로 법안처리 0건인 국회와 그 소속 국회의원들의 뇌물수수, 성도착증인 검찰 고위직의 일탈행동을 포함한 크고 작은 사건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나라가 굴러갈까 하는 의구심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특히 근자의 군문(軍門)의 관심병사 문제와 학교 폭력과 학생지도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는데, 그 문제의 모든 발원이 학교교육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질타한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의 문준필 부장판사는 수차에 걸쳐 친구의 휴대전화를 훔쳐 팔아온 ㄱ군의 퇴학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학교의 역할은 ‘퇴학을 결정하기에 앞서 나쁜 길에 들어서려는 학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평생 모범생을 거쳐 사회지도층에 계시는 판사님의 말씀은 교육원론적으론 참으로 지당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전형적 책상물림의 판결이다.

일반적으로 학교의 퇴학처분(우리나라의 초·중학교엔 아예 퇴학이 없다)은 몇 단계 과정을 거친 최후수단이다. 학교는 ‘비행 학생지도의 책임’도 있겠지만 ‘평범한 학생을 쾌적하게 교육시킬 의무’도 있다. 학생 지도·평가권이 전무한 우리나라의 교사는 성인도 아니고 전지전능한 신(神)은 더욱 아니기에 문 판사가 말한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돌아오게 하는 몫’은 학교보다는 가정과 사회가 져야 할 것이다.

자식의 과잉보호를 상징하는 말로 ‘헬리콥터 엄마’가 있다. 초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특수전문대학원에도 극성 부모모임이 있어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장한다고 한다. 이런 부모의 과잉보호 속의 ‘비자립적 교육’과 ‘내 아이 편애’가 학교의 왕따나 군대 관심병사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양산했을 것이다. 모든 교육의 시작과 끝은 가정이다. 태어나 걸음마에서부터 언어 습득과 사회의 도덕과 규범을 학습하고 평생 살아갈 습관과 성격을 형성하는 곳이 가정이고 보면, 이 가정의 교육이 바로 선다면 수많은 비행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줄 것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실천을 잘 못하면서 어쭙잖게 주위의 부모님들께 몇 가지 묻는다. “당신은 자식 친구들의 이름을 몇 명이나 알고 있으며, 자식이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당신은 자식이 ‘홀로서기’ 할 기회를 몇 번이나 주었으며, 사소한 고통과 인내를 감내하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라는 가르침을 준 적이 있습니까? 아울러 부모를 공경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공중도덕과 사소한 교통법규 준수를 실천하면서 자식들에게 준법 실천의 모범을 보이셨는지요? 그리고 한 달에 몇 번 자식들과 식사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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