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바위(선암:禪岩)
선바위(선암:禪岩)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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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서울 사직동에서 황학정을 지나 무악재 쪽으로 가다 보면 인왕산 자락에 구멍이 숭숭 뚫린 커다란 바위 둘이 나타난다. 돌의 모양이 마치 고깔 쓴 장삼 차림의 승려를 닮았다고 해서 선바위(선암·禪岩)이라 불리게 되었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부인들이 작은 돌로 표면을 문질러 나온 돌가루를 배에 붙이면 효험이 높다고 하여 ‘붙임바위’라고도 한다. 서울시 민속재료 제4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양을 도읍지로 정해 놓고 성을 쌓을 때 무학은 이 선바위를 도성 안에 두도록 주장했으나 ‘선바위를 성 안에 두게 되면 불교가 성하고 성 밖에 두면 유교가 흥할 것’이라는 정도전의 주장에 따라 도성 밖으로 밀려났다. 무학은 ‘이제부터 승도(僧徒)들은 선비들의 책 보따리나 지고 따라다닐 것’이라고 한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위다.

▶석가모니의 말씀을 ‘불씨잡변’이라면서 불교를 짓뭉갠 정도전의 억불숭유 정책에 따라 조선시대 스님들은 여덟 천민 중의 하나로 격하되었다. 백정, 무당, 광대, 상여군, 기생, 공장(工匠)과 함께 우두머리 천민이 승려였다. 스님들은 한양 성안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성리학을 이념으로 삼아 이상정치를 펼치려던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했다.

▶고려는 불교로 망하고, 성리학의 조선은 나라 자체를 일본에 넘겨주었다. 두 왕조를 망하게 한 것은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이상정치의 결과였다. 지금 북한은 목탄화물차로 짐을 실어 나른다고 한다. 이른바 주체라는 이념의 올가미로 주민을 옭아맨 채 나라를 개방하지 못하는 삼대 세습왕조 김정은의 북한은 과연 그 종착지가 어디일까?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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