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킷 챌린지’와 부모교육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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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
최근 ‘아이스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 열풍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이는 미국 루게릭병(ALS)협회에서 루게릭병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환자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안한 모금 캠페인으로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다. 얼음물 뒤집어쓰기 릴레이라는 의미의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의 시초가 되었던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은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 난치병이다. 근력 약화 및 근위축이 특징으로 사지마비, 언어장애, 호흡기능 저하로 수년 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병은 1930년 미국 뉴욕 양키스팀의 전설적인 야구스타 루게릭 선수가 발병 후 2년 뒤 38세에 사망해 그 선수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미국에 약 3만명, 세계적으로 10만 명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고, 우리나라엔 1200여명이 투병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시작된 이 캠페인은 지명 받은 사람이 양동이에 든 얼음물을 뒤집어쓰면서 100달러를 ALS협회에 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도전을 받을 세 명을 다시 지목한다. 이 유쾌한 캠페인은 빌 게이츠, 베컴, 메시 등 전 세계 유명스타들을 거쳐 지난 주말 국내에 들어와 우리나라 유명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리고 뒤이어 정치권에서도 지목을 받아 국회의원들이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실시하고 있고 각 지역의 시장이나 대학총장 등이 동참하고 있다.

기부와 함께 얼음물 샤워를 체험한 사람들은 루게릭병 환우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따뜻하고도 시원한 릴레이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참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문화가 사회에 자연스럽게 확산되려면 어릴 때부터 기부문화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기부문화에 대해 교육을 받거나 혹은 성장하면서 부모가 기부하는 것을 곁에서 자주 지켜본 자녀들은 자연스레 기부문화를 가지는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도 가끔은 돼지 저금통을 깨는 것으로 저금을 하거나 남을 돕는 일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회성 행사에 거쳐 몸에 밴 기부문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경험한 미국생활에서 기부문화는 일상생활에 배어 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체육대회 행사를 하면서 아동이 운동장을 한 바퀴 뛸 때마다 1달러씩을 기부하는 행사나 유명한 박물관을 둘러볼 때, 무료로 관람하지만, 한쪽 벽에는 기부를 받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초등학교 학기 초에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학급에 필요한 학용품 값을 기부할 수 있다는 공식적인 안내장을 보낸다. 그러면 학부모는 담임교사에게 부모가 낼 수 있을 만큼 내면 되고 내고 싶지 않은 부모는 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강요가 아닌 자율적으로, 누구나 원하는 만큼 기부를 하는 것이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생활화가 된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생각난다.

유아기 초기단계인 2~3세경 어린 유아들은 이미 통제에 대한 훈육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해야 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부모로부터 배운다. 이러한 시기에 부모가 기부에 대해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보이면 유아들은 자연스레 부모 행동을 따라하며 기부문화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는 어린 유아들이 사회학습 행동을 시작하면서 부모의 행동을 동일시해서 자신의 행동으로 모방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의 기부문화에 대한 태도는 어린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게 되므로 부모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내 아이가 남과 더불어 살며 남을 생각하는 기부문화의 가치관을 가지느냐, 가지지 못하느냐의 측면은 바로 부모의 교육에 달려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지금부터라도 기부문화 가치관을 솔선수범하는 것은 어떨까.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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