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인간·정치학
흙과 인간·정치학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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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지역 검찰총수인 지검장의 지위는 예사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명예와 지위 그리고 권한을 가진 한 지검장의 성 도착증 행위는 보통인의 상식으로서는 충격적이다. 성적 본능이 인격 위에 자리 잡았고, 검사장에 걸맞은 사회적 인격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됨은 세상 근본 큰 이치에 대한 나름대로의 성찰의 시간을 갖는데서 출발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체취에 맞게 삶을 단순화시켜 취할 것과 버릴 것에 대한 정리를 해 주기 때문이다.

흙은 세상살이 근본 큰 이치를 머금고 있다. ‘태산불양토양 하해불택세류’(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라는 말이 있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를 사양하지 않고, 강과 바다는 가는 물줄기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고의 태산은 작은 한 줌의 흙들이 모여 이루어지고, 큰 강과 바다는 가는 물줄기가 만나 이루어지듯이 도량이 넓은 사람이라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흙, 세상 근본이치 덩어리임을 알아야

인간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삶의 태도는 이처럼 자연의 섭리 속에 살아있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금융기관에 몸담다 정년을 하고 시간의 대부분을 흙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는 한 지인이 있다. 수년간 야생초 기행을 풍부한 식견으로 흙과 자연의 오묘한 질서와 생존세계의 치열함 속으로 우리를 넘나들게 했고, 이제는 초보농군 경험담을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흙과 자연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기에 인간적 깊이 또한 꾸밈이 없고 언행이 탄탄하다. 흙의 역사는 사람들이 흙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문명의 수명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세상 동인(動因)의 근본 하나인 흙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덜 갈등적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흙과의 자연순응의 삶은 공존과 공생, 평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흙과 땅의 개념은 다르다. 흙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땅의 개념으로 전도된다. 흙은 토(土)의 개념이다. 땅은 지(地)의 개념이다. 토(土)는 천지인(天地人)의 천성, 지성, 인성이 모두 포함된 ‘흙’이지만, 지(地)는 ‘땅’이라 하여 천성과 인성이 상실될 수도 있는 이기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흙이 사회적 의미를 지닐 때 땅이 된다. 땅은 때로 하늘의 이치에 벗어나는 행태를 보일 수 있고, 인간사에서 희로애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흙은 흔들리지 않으나 땅은 세태를 탈 수 있다. 천지인의 천성, 지성, 인성이 모두 포함된 ‘흙’의 이치에 가까이 하는 삶이 현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회와 땅의 관계는 근본적인 것이다. 다양한 사회·문화·경제적 요인에 따라 어떤 사회의 구성원들이 땅을 다루는 방식과 사람들이 그 땅에서 먹고 살며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땅을 다루느냐가 우리 장래를 보장하는 일 가운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의 생존문제나 모든 문명의 운명은 기름진 흙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흙의 이치 담아내야 하는 것이 정치

흙과 정치는 많이 닮아 있다. 흙은 흙 자체 존재보다는 인간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정치 또한 사람들 모두를 이롭게 함에 그 뜻이 있다. 그렇다면 정치는 흙의 이치를 담아내야 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생명권 정치학’은 정치나 경제나 인간은 모두 더 큰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은 알려주고 있다. 사람들이 신과 자연과 공생했던 과거 삶을 버리고 밀려온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율적 인간에 집착했다. 그 자율성을 붙잡기 위해 사람들은 자연과 이웃을 멀리하고, 그 두려움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자연과 이웃을 이기적 대상으로 접해오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자성의 시간을 가진다. 그 흔적이 삶의 의미를 땅의 사회적 의미가 제거된 흙에서 접목을 하는 것이다. 인간생활이나 정치의 출발은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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