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비차(197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비차(197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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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1. 역사(歷史)의 얼굴
“백번 당연한 소리요.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비로소 시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장수들 눈에는 촉석루 기둥같이 굵고 튼튼해 보이는 그의 다리였다.

“그러잖아도 내가 생각해 놓은 게 있소.”

하늘로 치솟은 그 누각의 팔작지붕이 시민의 평소 몸놀림처럼 날렵하게 느껴졌다. 지붕 위까지 까치 박공이 달려 용마루 부분이 삼각형의 벽을 이루고, 처마끝은 사방으로 경사를 짓고 있는 우진각지붕과 똑같았다.

“아, 무슨……?”

장수들이 하나같이 기대와 희망에 찬 얼굴을 했다.

“저 산대를 물리칠 좋은 방안이라도 갖고 계신다는 말씀입니까?”

다락 난간 위에 와서 앉으려던 까치 한 마리가 몸을 돌려 내수문(內水門) 쪽으로 급히 선회하고 있었다. 시민은 어느 새 거기 나무바닥이 삐걱거릴 정도로 성큼 힘차게 발을 떼 놓으며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자, 모두들 이리로…….”

모두 시민의 뒤를 급히 따랐다. 그들은 왜군이 만든 산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성벽으로 갔다. 장수들이 한 곳을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시민의 투구와 갑옷이 황금처럼 빛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렇소이다. 저것이 적을 물리쳐 줄 것이오.”

그곳에는 현자총통(玄字銃筒)이 늠름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푸르퉁퉁한 청동으로 만들어진 포신이 보기에도 믿음직스러웠다. 발사할 때 총통이 튀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총통을 당차의 쇠고리에 밧줄로 묶어 놓았다.

젊고 건장한 소총수들은 벌써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시민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차대전(次大箭)이라는 화살 끝에 화약 주머니를 매달아 놓았다. 그 현자총통은 화살은 물론이고 철환과 은장차중전(隱藏次中箭)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리고 차대전을 쓰면 사정거리가 800보 정도이지만 은장차중전을 쓰면 무려 1500보는 너끈히 될 정도였다.

총통 가운데 크기가 세 번째인 현자총통. 거북선 용머리의 입구에 장착하여 적선을 향해 철환을 발사하는 용도로도 가능했다. 전함이나 거북선 등에서 발사할 때는 총통 당차에 묶여 있는 당기는 밧줄을 배의 기둥에 달린 고리에 걸어 총통 당차가 뒤로 물러나는 것을 바로 잡아준다.

이윽고 시민은 호랑이나 사자가 포효하듯 호령하였다.

“저 산대를 향해 쏘아라!”

“옛! 장군!”

그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총수들은 신속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현자총통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는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졌다. 첫 번째 대포알이 한 치 어김없이 산대에 적중한 것이다.

“와아! 명중, 명중이다아!”

수성군 사이에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왜군들이 밤을 새워가며 은밀하게 만든 산대가 순식간에 절단이 나버렸다.

“두 번째 발사를 하라!”

시민의 자신감 넘치는 명령에 따라 그다음 대포알도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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