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99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99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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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1. 역사(歷史)의 얼굴
일찍이 무예를 익혀 정기룡, 주몽룡과 더불어 ‘삼룡(三龍)’으로 불리는 강덕룡.

그는 군민을 계몽시켜 단합케 했을 뿐만 아니라 양곡 관리와 군량 조달을 효율적으로 하여 군사들이 무척 기뻐하였고 특히 명나라 군대의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말년에 그가 소유했던 것은 장검 한 자루와 단검 하나였을 정도로 청렴결백한 사람이었다.

그의 의문에는 시민이 입을 열었다.

“솔가지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오. 성에 가까이 다가오려는 것이오.”

“아, 그러면……?”

모든 이들 얼굴에 두려운 빛이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대군의 왜군이 짐승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성벽을 넘어올 것만 같았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이광악이 장검의 손잡이를 꽉 쥐며 물었다.

“화구(火具)를 준비해야 할 것 같소.”

그렇게 대답하는 시민의 눈이 불같이 타올랐다. 조운과 정평구가 비차의 추진장치를 고안해내기 위해 찾아간 저 말티고개 근처 대장간의 그 불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서 왜군이 숱하게 엮은 대발과 잔뜩 쌓아놓은 솔가지들을 한참 바라보던 시민이 홀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보는 사람들을 불안하고 긴장케 했다. 수성장의 저런 태도는 여간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장군!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진주판관 성수경이 놀라 물었다. 훗날 진주 충렬사, 창녕 물계서원에 제향되는 그였다.

“이거 상황이 안 좋게 돼버렸소.”

시민의 대답에 휘하 장수들 안색이 무척 창백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중위장(中衛將) 시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인지라 그것은 각별한 무게를 던져주고 있었다. 중위장이란 보직이 무엇인가. 병력을 거느리고 전투를 할 때 좌위와 우위, 중위, 전위와 후위, 그렇게 구성하여 진(陣)과 제대(梯隊)를 만드는 바, 그중 중심이 되는 가운데 위(衛)인 것이다.

“이런 절망적인 소리는 꺼내지 않고 싶소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시민은 자기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장수들을 향해 걱정스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축축한 생나무라 불이 잘 붙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외다.”

전 만호 최덕량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큰일입니다. 놈들도 그 점을 살려 공격무기로 삼은 듯합니다.”

그 말은 수성군 장수들을 의기소침케 하였다. 왜군이 그런 계략을 세웠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오는 장수도 없었다.

‘불보다 강한 것이 물이라더니, 이제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단 말인가?’

속으로 그렇게 한탄하던 시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니오.”

촉석루 아래 남강 북안(北岸)에 붙어 자라는 나무들이 바람이 불자 일제히 왜군들 진영 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바람 부는 방향이 그래서 그렇겠지만 수성군들 눈에는 그게 마치 왜적에게 허리를 굽혀 항복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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