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02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02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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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2. 불타는 전장(戰場)
불길은 맛난 음식 먹듯 왜군 무기를 남김없이 집어삼켰다.

왜군은 그만 입만 벌렸다. 눈으로 보면서도 도시 믿을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 자기들 무기를 무력화시킬 줄이야. 그러나 그렇다고 공성작전을 포기할 그들이 아니었다. 화가 치밀고 악이 받친 그들은 무작정 계속 성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금 조선군은 무기도, 군량도 바닥이 났을 것이다!”

그네들 본토의 후지산을 형상화한 투구를 쓴 장곡천수일이 악을 써댔다.

“저 성이 우리 손 안에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니 돌격 앞으로!”

어떻게 보면, 지난날 이 땅의 백제군이 입었던 갑옷과 비슷한 갑옷을 입은 그들이었다. 그런 복장으로 소리치는 장강충흥은 발정 난 오랑우탄을 방불케 했다.

“향기로운 술과 기름진 고기가 우리를 기다린다!”

“저 안에 여자도 있다! ‘사루마다’가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소야목중승과 강본중정은 흡사 짐승몰이 하듯 부하들을 성 쪽으로 내몰았다. 예하 병력 수가 그중 적은 장수인 조옥무칙과 태전일길은 앞장서서 싸우는 척하다가는 슬쩍 뒤로 몸을 빼기도 하였다.

한편, 장수들처럼 전투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기껏 ‘사루마다’ 정도로 신체 주요 부위만 가린 왜병들은, 장수들 눈치를 보며 진격은 하고 있었지만 벌써 여러 차례나 혼쭐이 난 탓에 여간 몸들을 사리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조선군에 비해 우수한 무기와 여러 곱절이나 되는 군사 수인지라 결코 녹록치 않은 공성이었다.

어쨌든 대대적인 적의 공세에 시민은 새로운 명을 내렸다. 성 위에 진천뢰(震天雷)와 질려포(疾藜?)를 배치하라는. 그 무쇠로 만들어진 무기를 내세우는 조선 군사들 동작이 자신감에 넘치고 빨랐다.

“저 진천뢰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니 마음 놓고 싸워라!”

시민은 군사들 사기를 돋우느라 턱이 빠지도록 외치고 목에 시퍼런 힘줄을 세웠다.

“목표물을 향해 폭탄을 날려라! 적진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폭발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참으로 재미있을 것이다!”

진주판관 성수경의 지시에 따라 진천뢰를 다루는 군사들은 잽싸게 화약을 넣은 후 중완구(中碗口)로 발사하기 시작했다. ‘쾅!’ 왜군을 향해 300보를 날아간 금속제 폭탄은 땅에 떨어지면서 점화선이 타 들어가서 요란한 굉음을 내었다. 대나무를 심지로 사용하는 그것은 적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진천뢰는 비격진천뢰라고도 하는데, 군기시(軍器寺)의 화포장(火砲匠) 이장손이 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은 대완구(大碗口)라는 중화기로 쏜 포탄으로, 조일전쟁 당시 공성화기(攻城火器)로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위아래는 둥글고, 허리는 퍼진 모양이며, 위 한가운데는 뚜껑인 개철을 덮을 수 있도록 방형으로 돼 있었다. 내부에는 신관(信管)과 같은 발화장치인 죽통을 넣을 수 있도록 구경 5.5센티미터 정도의 구멍이 있었다. 허리에는 화약을 넣고 격목(檄木: 뇌관)을 박는 화약혈이 있었다. 그리고 정교한 부분은 또 있었으니 실로 경악할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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