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즐기는 민속씨름 관전 포인트
한가위에 즐기는 민속씨름 관전 포인트
  • 경남일보
  • 승인 201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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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득자 (배영초등학교장)
내일부터 한가위 연휴가 시작된다. 긴 여름장마로 일조량 부족과 여느 해보다 보름 정도 일찍 찾아온 한가위를 맞아 햇곡식과 과일의 출하 지연으로 농심이 움츠러들까 걱정이다. 하지만 멀리서 고향 찾는 가족들의 환한 얼굴들이 내 마음 속에 이미 도착해 설레기는 남녀노소가 다를 바 없다.

한가윗날 차례와 성묘가 끝나면 TV 앞에 무릎을 맞대고 앉아 민속씨름을 즐기고 제법 큰 고장에는 마을대항 씨름대회가 열리곤 하여 한가위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씨름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지만, 민족문화의 계승과 정체성 확립차원에서도 전 국민이 즐기는 경기로 거듭나 모래판에서 ‘제2의 이만기·강호동 장사 열풍’이 일었으면 한다.

씨름의 유래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서 깊다. 고구려의 옛 도읍지인 만주 통화성에 있는 각저총의 벽화와 장천 1호 고분의 벽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 열전 중 김유신의 대목에 유신과 춘추공이 씨름을 하다가 옷고름이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고, 백제의 씨름방식이 일본으로 전파되었다는 것이 양국의 일반적인 학설이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민속씨름 경기에서는 금강장사, 한라장사, 백두장사로 나눠 경기를 하는 데 힘보다는 화려한 기술로 체격이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이길 때 관중은 경기에 더욱 매료된다. 샅바를 잡고 하는 씨름경기의 화려한 기술은 ‘손기술, 다리기술, 허리기술, 종합기술’로 나눠지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선수의 지략과 응용기술에 따라 한판 승부가 ‘3초’ 안에서도 결정되는, 다른 스포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승부의 매력이 씨름에는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씨름에 대한 관심과 교육적 가치를 내면화하기 위해 체육수업과 씨름동아리를 조직하여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봄에는 학생들이 씨름을 배울 수 있는 앙증맞은 꽃부리 씨름장을 만들고 주위에는 파란 잔디를 심어 손쉽게 모래판에서 씨름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두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앞무릎치기, 밭다리걸기, 배지기 등 20여 가지 씨름기술을 배우고 있다.

씨름을 통해 기르려는 것이 비단 건강한 체력뿐이겠는가. 우리는 학교 씨름을 통해 학생들이 고운 심성과 올바른 예절을 몸에 배도록 하고자 한다. 그것은 교육을 통해 갖게 된 참된 결과이며, 아름다운 선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에서 체력, 덕성, 지력이 조화롭게 자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올 한가위에는 정다운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씨름기술에 기초한 민속씨름 경기의 관전 기회를 기대해 본다.
박득자 (배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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