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재미있는 나무 이름
알고보면 재미있는 나무 이름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남창 (국립산립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더위가 한풀 꺾이고 이른 한가위까지 지내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느껴진다. 비로소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가을에는 식구들과 가까운 지리산을 찾아 멋진 단풍을 감상하고 싶다. 사실 평소에도 산을 많이 찾긴 하지만 업무상 가는 일이 많아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또 항상 혼자만 좋은 공기, 멋진 경치를 누리다 보니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이번 가을에는 산행을 통해 맑은 공기를 마시고 단풍구경도 하면서 그동안 잘 몰랐을 나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줄잡아 약 1000여 종류의 나무가 있다. 그 이름도 다양하다. 나무는 생김새, 껍질의 색깔, 열매모양, 가시의 특징 등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 것이 많다. 때문에 나무의 성질과 이름을 찬찬히 잘 살펴보면 그 뜻과 유래를 쉽게 밝혀낼 수 있다. 나무 종류가 많다고, 이름이 다양하다고 놀라거나 당황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먼저 나무의 모양에 따라 이름 지어진 나무를 살펴보자. 나뭇가지가 거의 직각으로 퍼져서 층층을 이룬다 해서 층층나무, 나뭇가지가 정확하게 3개씩 갈라져서 삼지닥나무, 멍석을 깔아놓은 것처럼 땅에 바짝 붙어 자라서 멍석딸기로 불리고 있다. 또 나무의 쓰임새에 따라 참빗의 살을 만들기에 좋다고 해 참빗살나무, 고기잡이 도구인 작살로 쓰여 작살나무, 윷을 만들기에 좋다고 해 윤노리나무(윷놀이나무), 이 나무를 심으면 환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서 무환자나무 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겉껍질의 색깔에 따라 이름이 지어진 나무들로는 흰 빛의 얼룩얼룩한 껍질을 가진 백송, 검은빛 수피의 가문비나무(검은피나무, 흑피목), 회갈색 흰 수피의 분비나무(분피나무), 검은 소나무인 곰솔(흑송, 검솔) 등이 있다. 또 박쥐가 날개를 펼친 모양과 같다고 해 박쥐나무, 잎이 5개로 갈라지고 껍질은 약으로 쓴다고 해서 오갈피나무(오가피), 잎이 가위로 잘라 놓은 것처럼 깊이 팬 가새뽕나무 등 잎 모양의 특징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 나무도 있다. 이뿐 아니라 꽃이 피었을 때의 생김새에 따라 지어진 이름도 있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마치 쌀밥을 고봉으로 가득 담아 놓은 듯 해 이팝나무라고 이름 지어졌다. 또 새하얗게 핀 꽃이 밤에 보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해서 야광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열매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가을이면 노란 하늘을 만들어주는 은행나무는 그 열매가 살구를 닮았으나 은빛이라고 해 은행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 모과나무(목과나무)는 참외 모양의 열매가 나무에 달린다고 해 이 이름을 얻었다. 가시의 특징에 따라 이름 붙여진 나무도 있다. 크고 날카로운 가시가 갈고리처럼 휘어져 있어서 실이 잘 걸린다 해 실거리나무, 가시의 모양이 엄하고 무섭게 생긴 엄나무 등이 그것이다. 이름이 한자인 나무로는 오랑캐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처럼 생긴 열매라는 뜻의 호두나무, 뼈를 붙이는 효력이 있다고 해 접골목, 뼈를 책임질 만큼 뼈에 좋다고 해 골담초, 수액을 채취해 마시면 뼈에 좋다는 뜻의 고로쇠나무 등이 있다.

그밖에도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잎에서 역겨운 누린내가 나는 누리장나무, 소태처럼 지독하게 쓴맛이 나는 소태나무, 가짜 중이라는 뜻의 가중나무, 진짜 중이라는 뜻의 참중나무 등이 있다. 쉬나무는 중국 이름인 오수유에서 나라이름인 ‘오’자가 빠지고 수유나무로 불리다가 쉬나무가 됐다.

이처럼 나무이름에는 각각의 나무들의 독특한 특성이 포함돼 있다. 허투루 지어진 이름은 단 하나도 없다. 옛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가을을 맞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나무의 이름과 특성을 되새기며 단풍구경을 한다면 재미와 즐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