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 부는 변화의 바람
지방자치단체에 부는 변화의 바람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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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그 어느 해보다 큰 달, 슈퍼문(super moon)이 떴다는 추석이 지나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서울 광화문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팽목항에 그대로 둔 채로. 많은 국민들의 소망을 받아 안은 한가위 달은 어떤 심정일지 궁금하다. 우리 사회의 한 켠에서는 여전히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마음이 편지 않은 추석을 보냈지만, 제7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출범한 이래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들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아이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오전 9시 등교정책을 시작하였고,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화장실이나 청소도구를 두는 곳과 같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식사를 하던 환경미화원들이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생활임금제 정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생활임금제란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등의 국가기관은 자신의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와 위탁·용역, 공공조달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때 계약을 맺는 민간업체 소속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계약조건에 포함시켜 해당 민간업체 소속 노동자의 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는 정책을 말한다. 다시 말해 국가기관이 민간업체와 계약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가족을 부양하면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고, 매년 이루어지는 최저임금 인상폭은 쥐꼬리만큼이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이것은 국가기관이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임금을 견인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생활임금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각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해 왔다고 하는데, 2013년 초 서울시 성북구와 노원구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여 행정명령을 통해 실시하고 있고, 2013년 말 경기도 부천시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전국 최초로 통과시켰다.

경기도 의회에서는 7기 지방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 6월 생활임금제를 포함하는 4대 조례를 통과시켰는데 경기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7월에 새로 취임한 남경필 도지사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조례 실시가 가능해진 것이다. 생활임금에 대한 관심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시, 서울시 성북구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많은 지방자치단체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 밖에도 전남 신안군과 충남 서천군은 택시 쿠폰제를 실시하거나 100원 택시 제도를 통해 교통이 불편한 곳에 거주하는 노인과 기초생활 수급자들을 위한 교통복지를 실천하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들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세월호 참사로,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아파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정부와 기업의 태도 때문에 답답한 가슴에 한 줄기 상쾌한 바람이 지나간다. 지방정부와 의회의 정책에서 사람이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와 같은 사람에 대한 관심은 지방정부의 문화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우리 진주에서 지난 8월 말에 실시한 골목길 페스티벌, 청소년 문화축제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과 지방정부가 노력한 결실이다.

작지만 소중한 지방자치단체의 변화들이 대단히 반갑다. 이런 변화들이 막히는 일이 없이 더 많이 퍼져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국가공동체로 거듭나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다시 뜬 저 달에게 빌어 본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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