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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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관 (한국국제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이 말은 어릴 때 왕자님이나 공주님이 나오는 동화책 속에서 하나같이 마지막으로 맺는말이다.

결혼 이후에도 정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부부싸움 한번 안하고 살았을까? 몇 년 뒤 이혼은 안했을까? 어릴 때는 가지지 않았던 질문이 살아갈수록 자꾸 궁금해진다. 27년간 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을 참아냈고, 40도가 넘는 사막에서 강제노동도 견뎌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만델라 대통령도 석방된 후 부인과 겨우 6개월 지내다 이혼했다. 결혼생활은 감옥이나 강제노동보다 어려운 것인가 보다.

이렇다보니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신이 사랑을 만드니 악마가 결혼을 만들었다”는 말도 있고 “밖에 있는 새들은 들어가려 하지만, 안의 새들은 기를 쓰고 나가려 안달한다”고 새장에 비유한 말도 있다. 공감이 가는 말들이다.

며칠 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2분기 이혼 건수는 2만 9100건으로 지난해보다 평균 1.7% 증가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중년과 황혼이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60세 이상 여성의 경우 1년 새 23%나 급증했고 남성은 7.4%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설문조사 결과인데 이에 따르면 5~60대 시민 10명 가운데 7명은 황혼이혼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사랑을 오랜 기간 살려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권태를 느끼는 탓이라고 한다. 무슨 말을 할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뭘 먹자고 할지, 어디로 가자고 할지 예측 가능해지니까 식상한 것이다. 한마디로 신비감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신비감이란 인간관계를 지속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같은 차를 타고 가다가 부인이 선글라스를 끼면 부인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들이 많을 것이다. 눈을 가리면 그 사람의 내면을 읽을 수 없어 신비스럽게 보이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오랫동안 지속하려면 상대에게 이런 신비감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옛날 말에도 여자들에게 아침에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남편에게 보이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연애할 때 아름다운 얼굴이 결혼 후 아침에 부스스한 얼굴을 보고 부인을 계속 사랑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명절을 지나고 나면 이혼건수가 급격히 상승한다고 한다. 결혼이란 상대방에게서 내가 모자라는 부분을 얻으려고 하기보다 상대방의 모자라는 부분을 내가 채워 주려고 노력할 때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릴 수 있다. 내가 못하는 부분을 상대방이 해줄 때 고마움을 느끼고 상대방이 못하는 일을 내가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만족감을 주도록 하면 좀 더 행복한 결혼생활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만약 여러분들의 결혼생활을 동화로 쓴다면 맺는말이 어떻게 나올까?
김진관·한국국제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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