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07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07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장 3. 시험비행(飛行)
“우선 간단한 시험비행(飛行)을 할 만한 장소가 없겠소?”

“아, 드디어 시험비행을……!”

정평구의 물음에 조운의 심장이 거칠게 뛰놀았다. 시험비행.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인가. 타지 사람인 정평구는 자신이 그곳 지리에 어두운 게 답답한 듯,

“장소 선정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건, 강형도 잘 아실 테고…….”

조운은 가슴 벅찬 모습으로 한참 생각하다가,

“비봉산 뒤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평구의 고개는 벌써 그쪽 방향으로 돌려지고 있었다.

“거긴 남의 눈에 띌 염려도 적고, 경사도 그렇게 급하지 않고요.”

어릴 적부터 대나무를 찾아 헤매던 조운이 수백 수천 번도 갔던 곳이어서 눈을 감고도 훤히 그려 보일 수 있을 지형이었다.

“또 골짜기 아래로 꽤 넓은 들판도 펼쳐져 있습니다.”

그게 언제였던가. 가을빛이 한창 깊어가는 어느 날이었는데, 자신의 등장을 알릴 때는 늘 그렇게 하듯 광녀가 조운의 등을 탁 치고 난 뒤 무언가를 불쑥 내밀었다.

“이, 이건……?”

비차 제작에 정신없이 빠져 있던 조운은 그만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광녀는 젖가슴을 내밀어 보였던 그때처럼 손에 든 것을 계속 조운의 코앞에 들이밀며,

“빨리 먹어. 진짜 맛있다?”

조운은 뒷걸음질을 치며,

“어, 어서 이, 이것 치우지 못해?”

그래도 광녀는 행여 누가 와서 그것을 빼앗아가기라도 할 것같이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며 줄기차게 먹을 것을 강요해 왔다.

“이걸 어, 어디서 잡았어?”

조운이 묻자 광녀는 비봉산 뒤쪽 밑을 가리키며,

“저기, 논에서.”

그것은 메뚜기였다. 긴 지푸라기에 촘촘히 많이도 주렁주렁 꿴 그것은 흡사 작은 굴비 두름같이 보이기도 했다.

조운은 그 와중에도 깨달았다. 광녀는 남자들이 굽거나 튀긴 메뚜기를 안주로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그에게 주려고 잡아왔다는 사실을. 그러자 조운은 그만 가슴이 더없이 먹먹해졌다. 성의라고 하기에는 내가 그녀에게 해준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고, 사랑의 표시라고 하기에는 스스로 낯이 붉어지는 일이었다.

‘아무리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자라고 해도 이런 걸 가지고…….’

그때쯤 광녀는 잔뜩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조운이 좋아라고 자기 선물을 덥석 받아들일 거라고 믿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잘못이다. 큰 잘못이다.’

조운은 자신도 모르게 광녀 손에서 메뚜기를 낚아채듯 했다. 성의든 사랑이든 그게 뭐 중요하랴. 그런 건 정신이 온전하다고 자신하는 인간들의 이해타산에서 비롯된 극히 ‘비인간적인’ 계산속인 것을. 그런데 자기가 가져온 것을 조운이 받자 그때부터 광녀의 행동은 또 다른 방향으로 급변하기 시작했으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