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꽃보다 청춘(靑春)이고 싶다
난 꽃보다 청춘(靑春)이고 싶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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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부 교수)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 일을 하며 육아까지 하는 게 여러모로 늘 힘에 부쳐 항상 입에 “엄마는 늙어서….”, “아들아~ 엄마 좀 살자.” 아이에게 애원하기도 하고 겁박하기도 하며 어른들 말대로 아이는 젊을 때 나아야 엄마도 아이도 좋다는 지론을 매일매일 깨달으며 살고 있다. 또 꼬마녀석이 보기에도 친구들과 비교해 다른 엄마들보다 제 엄마가 늙어 보이는지 긴 머리를 유지하며 전혀 여성스럽지도 않은 나를 여성스럽게 만들며, 이거 입어라 저거 입어라 말하며 때 아닌 아들시집을 살고 있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에도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또 노인 운전자가 많아져 사고위험이 많고 그래서 노인 운전자를 위한 스티커를 부착하여야 한다는 뉴스를 함께 보고 있는데, 꼬마가 갑자기 내게 “엄마 차에도 노인 운전자 스티커를 붙여야겠다”고 한다. 발끈하며 “엄마가 왜 노인인데”라고 말했더니 “엄마, 늘~ 늙었다고 하잖아!”하며 기어코 나를 한방 먹인다. 꼬마에게 “노인은 65세 이상이야”라고 말하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65세부터라는 노인의 기준이 과연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노인 운전자는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운전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라고 말을 바꾸고 끝을 맺었다.

그런데 노인이라는 말에 내가 이렇게까지 발끈하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스스로 언제부터인지 얼굴 눈가 주름과 입가 주름에 신경을 쓰며 나름 값나가는 기능성 화장품을 찾아 바르고 있었다. 평소에 화장도 안 하면서 알게 모르게 늙어가는 것에 엄청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더군다나 요새 들어 머리가 너무 가려워 이상하다 싶어 물어보니 흰머리가 나려고 한다는 이야기에 괜히 신경 쓰며 새치도 아닌 흰머리를 뽑고 있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이젠 서서히 인정해야 하는 내가 서글프기도 했다. 아이가 함께 놀아 달라고 하면 귀찮고 힘들어 늙었다고 뿌리치면서 주름과 흰머리로 늙어가는 것에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이중적이었다.

노화(aging)라는 것이 육체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대학 3학년 때 노년학을 강의하던 교수님이 “몇 살까지 살래?”라고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그때 난 짧고 굵게 65세라고 철딱서니 없는 답을 했었다. 나도 매년 1학년 학생들에게 ‘인생의 무지개’ 그래프를 그리게 하면서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학생들은 80세라고 하더니, 요새는 100세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100세까지는 아니더라도 80세, 우리나라의 평균수명도 76~78세이니 적어도 몇 년 만 있으면 80세까지 사람들이 산다면 나는 인생의 반을 넘어선지 몇 년이 지난 것이다. 나이를 숫자로만 보자면 요새 텔레비전의 여행프로의 제목처럼 ‘청춘(靑春)’의 시점에 내가 서 있는 것이다.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청춘. 육체적으로 예전과 다르게 힘에 부치고 체력이 뒷받침 안돼 가끔은 서글프지만 마음은 예전과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음에 화를 내지 않게 되고, 내게 주어진 일이 겁나는 것보다 시간이 없음에 당황하게 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낯가림도 줄고 안하던 농담도 하며 시간을 보낼 줄도 알고, 액면 그대로 그 말을 믿지 않아도 되고, 그 말에 서운해 하지도 않게 되면서 삶에 대한 기대치가 조금은 여유롭게 다가오면서 나름 삶의 이해도가 높아진 청춘인 것이다. 예전과 다른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새롭게 뭔가 하고 싶은 무모함이 생기는 청춘인 것이다. 살아가는 일이 만만한 것이 아니고, 산을 넘고 또 산을 넘어야 함을 알기에 그 삶을 이젠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 말처럼 나는 움츠리기보다 활짝 피어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매일매일 청춘으로 살고 싶다.

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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