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08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08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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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3. 시험비행(飛行)
광녀는 조운의 손에 들린 메뚜기를 꿴 지푸라기 아래쪽을 잡더니,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하면서 어깨춤과 함께 노래를 불러대는 게 아닌가?

“어? 어?”

조운은 지푸라기 위쪽 끝을 그대로 쥔 채,

“끄, 끊어진다, 줄 끊어진다!”

그러나 광녀는 몹시 당황하고 있는 조운을 보는 게 그렇게 신나고 재미있을 수 없다는 듯, 더욱 몸동작을 크게 해가며,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조운은 광녀가 흔드는 대로 따라 흔들렸다. 그것은 지푸라기에 꿰인 메뚜기들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저고리 옷고름이 떨어져 나가고 없는 탓에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광녀의 뽀얀 두 젖가슴도 물결치듯 출렁거리고 있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줄의 양쪽 끝을 잡고 가무(歌舞)를 즐기는 남녀의 모습들로 변해버렸다.

조운의 정신이 돌아온 건 그때 들려온 정평구의 이런 말 때문이었다. 그러면 그곳으로 정합시다. 조운은 내가 미쳐도 너무나 미쳤지 싶었다. 차라리 남강 백사장에 혓바닥을 콱 처박고 죽어야지 했다. 가마못에 뛰어들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아야 싸다고 자책했다. 아무리 광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드디어 비차의 시험비행을 하려는 이 중요한 때에 그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니.

“우리의 비차가 최초로 시험비행을 하는 그곳은, 비록 세상 사람 누구도 모르겠지만, 우리들 가슴에는 진정 성스럽고 아름다운 장소로 남아 있을 것이오.”

조운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정평구는 아이처럼 들뜬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정평구를 보자 조운도 마음을 다잡았고 다시 비차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비차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비차의 최초 시험비행 장소-좋은 위치였다. 그곳은 인가도 드물 뿐만 아니라, 마침 지금은 그 마을과 인근 마을 사람들 거의가 집을 비운 상태여서 거기 오는 이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은밀한 일을 하기에는 상황과 장소가 모두 안성맞춤이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너무 떨립니다. 최선을 다하려면 마음이 안정되어야…….”

“우리는 신이 아니고 인간이란 사실을 잊었소?”

“하긴 아무렇지 않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오늘만은 우리가 신이 되었다고 봅시다.”

약간 이른 오후 무렵이었다. 짙푸른 늦가을의 하늘은 차가워 보였지만 쌀가루같이 뽀얀 빛살이 살아 있어 그런 대로 온기를 느낄 만하였다.

“강형은 그쪽을 잡으시오. 나는…….”

정평구의 얼굴은 너무나 긴장돼 있어 보는 조운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의 얼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은 천천히 비차를 밀어 미리 정해놓은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온몸은 벌써 땀에 젖어 흥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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