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09회)

14장 3. 시험비행(飛行)

“자, 조심, 조심.”

“헉! 하, 하마터면……?”

“괜찮소. 강형이나 나나 손이 너무 떨리고 있는 탓이오.”

“아, 하느님, 부처님, 제발…….”

“자, 잠깐! 바로 요 앞에…….”

“크, 큰일 날 뻔했군요. 전,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때로는 튀어 나온 바윗돌이나 함부로 뒤엉키고 질긴 나무뿌리가 복병처럼 나타나 사람을 아찔하게 하는 방해물이 되기도 했지만, 소나무로 만든 바퀴는 그런 대로 잘 굴러가주었다. 완만하기는 해도 비스듬한 경사면과 골짜기가 있는 구릉지(丘陵地)를 가까스로 통과할 때는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고니나 따오기, 어떻게 보면 가오리 같기도 한 비차는, 이제 막 아장아장 걸음을 떼놓는 어린아이처럼 위태위태한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다.

“자연은 저토록 아름답기만 하건만…….”

잠시 발을 멈추고 서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사방을 둘러보고 있던 정평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랬다. 작금의 난리통에도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듯한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은 거짓말같이 한가롭고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 고을, 아니 조선 전역에는 생사가 엇갈리고 있었다.

“장소 선택은 잘한 것 같지요?”

“그렇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요.”

조운이 말하고 있는 대로 그곳은 어지간해선 외부에 드러날 위험이 없어 보였다. 다시 비차를 옮기기 시작하면서 조운이 물었다.

“될 수 있는 한 고지대가 좋지 않을까요?”

조운의 시선은 저만큼 능선 위를 향하고 있었다. 행여 이동시키는 도중 망가져버릴 수도 있는 위험을 감안하면 여기쯤 아무 데서나 시작하고 싶지만 그럴 일은 아니었다.

“옳으신 말씀이오.”

산등을 따라 죽 이어진 봉우리의 선을 유심히 훑어보는 정평구의 눈빛이 형형했다.

“최대한 기류(氣流)를 이용하여 공중을 날려면 저지대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지점이 유리하겠지요. 물론 이륙만 생각하면 그렇다는 얘기겠고, 착륙까지를 계산한다면 그만큼 위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겠소만…….”

조운이 거기까지 오느라 몹시 지치고 힘들어하는 것같이 보이는 비차의 몸체를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으며,

“어차피 목숨을 담보로 하고 시작한 일, 죽어도 이 비차와 함께 죽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정평구 눈에 얼핏 내비치는 것은 분명히 물기였다. 그는 비차 바퀴에 묻어 있는 검불을 떼 내며,

“강형! 전라도에 사는 내가 이 먼 경상도까지 오는 도중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시오? 내가 태어난 곳은 전라도 땅이지만, 내가 묻힐 곳은 경상도 땅이다…….”

“……!”

“그런 각오와 결의가 없었다면, 강형과 나와의 이런 인연도 없을 것이오.”

그 순간, 조운은 들었다. 비차가 내는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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