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없는 교육’&‘이벤트 교육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
‘선행학습 없는 교육’&‘이벤트 교육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학과 교수)
정부의 ‘선행학습 없는 바른 교육 만들기’ 공모전과 ‘광역교육청 단위의 교육프로젝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교육부가 지난 15일부터 10월 24일까지 개최하고 있는 ‘선행학습 없는 바른 교육 만들기’ 공모전의 목적은 과도한 선행(先行)학습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맞춘 학습을 통한 학업능력의 향상은 물론 자기주도적으로 미래를 설계해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있거나 성공한 사례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응모자격은 자신만의 학습법을 소개할 수 있는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독특한 교육방법을 소개할 수 있는 학부모 또는 교사이다. 공모분야는 초·중·고등학생부, 대학생부, 교사, 그리고 개인 학부모 또는 학부모단체로 총 5개 분야이다.

초·중·고등학생 분야는 선행학습 없이 자신만의 학습법을 개발한 사례와 구체적 학습방법 등을 요구하고 있고, 대학생 분야는 선행학습 경험과 스스로가 느낀 문제점, 그리고 학습 진도에 맞는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사례와 구체적 학습방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 분야는 사교육기관 중심의 선행학습으로 인한 학교에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맞춰 학생을 교육한 사례나 교육과정에 맞는 교육문화 조성을 위해 학부모 등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한 사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 개개인 분야의 경우는 부모 입장에서 느낀 선행학습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자녀교육법을 개발했거나 부모와 자녀가 함께 노력한 사례와 구체적 교육방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 단체분야는 부모의 입장에서 느낀 과도한 선행학습의 문제점과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자녀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형성하는데 노력한 학부모 모임의 집단활동 사례와 구체적 교육방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모전 응모작품들에 대한 심사기준은 과도한 선행학습의 문제점 극복을 위한 노력과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 현행 교육과정에서의 적용 가능성, 해당자 자신의 경험과 노력, 그리고 극복과정에 공감할 수 있는 정도, 실현 가능성과 실천 용이성 등이다. 시상금은 총 5000만원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공모전 결과에서 얼마나 공감할 수 있고 일반화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과도한 선행학습에는 문제점이 많기는 하지만, 누대에 걸쳐서 이미 검증된 학습의 본질적 필수원리가 예습과 복습인데, 선행학습 없는 성공사례가 보통수준이나 그 이하의 학습자들에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필자가 특히 염려되는 것은 염가(廉價)의 공교육 대신 고가(高價)의 사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정말로 선행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기본적인 기초학습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 단위의 교육청 수준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육프로젝트 추진 또한 자칫하면 염가의 공교육과 보충학습을 대신해 고가의 사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의 본질적 원리가 예습과 복습인데, 선행학습이 정말로 필요한 보통수준이나 그 이하 학생들의 기초학습 능력에 심각한 문제들(학습능력의 하향 평준화 등)이 몇 년 후에 현실로 나타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수업량도 줄어들고 업무부담도 줄어들어 쌍수 들고 환영할 만한 이벤트 일수는 있지만, 마냥 환영할 만한 시책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도 반길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년대계를 위해서,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교육정책이나 시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벤트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정말로 심사숙고한 교육정책이나 시책들이 제시되고 점진적으로 추진되길 진심으로 기원하고 싶다.

 

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