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의 칠순 잔치
담임선생님의 칠순 잔치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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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관 (한국국제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명량’이라는 영화가 사상 최고 관객을 동원하고 막을 내렸다. 이렇게 사상 최고 관객을 동원하게 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존경할 만한 영웅을 간절하게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삭막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누군가 존경하는 사람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생활을 하면서 자기의 롤 모델이 될 수 있고 어려울 때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경하는 사람을 마음속에 두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존경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바쁜 일상생활에서 앞만 쳐다보며 살다보면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주 전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 칠순잔치를 열었다. 우리 담임을 맡은 지 40년이나 지난 시간이다. 한 반 정원이 약 60명이었는데 12명이 참석했다.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많은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구타하는 것이 용납되던 시절이다 보니 지각을 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매를 맞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특히 1학년 담임선생님에게는 많이 맞았다. 짧은 몽둥이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기억되고 있을 정도이다. 선생님은 교직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여서 젊었고 의욕이 앞서다 보니 모든 일에 적극적이셨다.

칠순잔치가 있던 날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모임 분위기는 상상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왁자지껄하고 화기애애했다. 친구들 모두 얼굴에 노년티가 확연하지만 각자 맡은 자리에서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잘하고 있고 사회에서 기반도 잡았다.

며칠 뒤 선생님께서 전화로 40년 전 담임선생을 잊지 않고 칠순잔치까지 베풀어 주어서 너무 고맙고 제자들 때문에 노년이 행복하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하셨다. 제자들이 나름대로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고 칠순잔치까지 베풀어 주는 것에 상당히 고무되신 느낌이 역력했다. 나는 ‘존경할 수 있는 선생님으로 계셔주셔서 오히려 우리가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살아가면서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방향을 물어보고 싶을 때가 누구나 있다. 특히 요즈음 같이 삭막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세상에서 존경할 분이 계시니 행복한 편이다. 이번 모임을 통하여 나 또한 누군가에게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반추해 보는 시간도 되었다.

나의 칠순 때도 제자들이 잊지 않고 한두 명만 이라도 찾아와 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생각해 본다.

“선생님! 우리가 존경할 수 있는 분으로 계셔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진관 (한국국제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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