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를 잃은 상례
절차를 잃은 상례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구습이 악습이라면 이는 당연히 타파해야 옳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장례문화다. 정부는 전통장례의 허례허식 낭비를 시정하기 위해 1973년 가정의례준칙(대통령령 제6680호)을 제정했다. 이 준칙은 임종에서부터 장례절차가 끝날 때까지 행하는 의식에서 발인제와 위령제만 행하고 이외의 노제, 반우제, 삼우제 등은 행하지 않도록 정리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사회의 장례문화는 국적 없는 허접의례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느 방송에서 상조업(喪弔業)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갓집 꼴불견’을 조사했는데 ‘밤새도록 술을 마셔 주사(酒邪)가 심한 사람’, ‘장례식장에서 유산 문제로 다투는 유족’,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문상객’, ‘잔칫집인 듯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꼽았다.

▶옛날에는 밖에서 죽으면 객사(客死)라고 해서 매우 금기시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으니 바로 객사다. 중환자실의 환자는 기계가 대신 살아주는 꼴이다. 그러니 죽음에 대해 슬퍼하거나 경건한 마음을 가질 여유가 없다. 가장 잘못된 사례가 장례식장이 병원과 함께 있는 것이다. 사람을 살리려는 곳과 죽은 이를 모시는 곳이 한 지붕 밑에서 영업을 시작하면서 죽음 경시풍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요즘은 상갓집이 없다.

▶선승 조주가 장례식을 따라가는 사람을 보고 ‘하나의 살아 있는 사람을 여러 죽은 사람이 따라 가고 있다’고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장례식장에 늘어선 수백 개의 화환은 ‘검소’라는 말을 왜소하게 만든다. 허례허식이 다시 살아난 모습이다. 장례의식을 혁신해야 할 때가 늦었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