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스스로 인재양성 한국형 도제에 주목하라
기업 스스로 인재양성 한국형 도제에 주목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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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장)
마땅한 취업처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대학에서 졸업을 미루는 경우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졸업대상자가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승인을 받아 졸업을 연기하는 ‘졸업유예제도’를 활용하는 인원이 2011년 8270명에서 2013년 1만 4975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체마다 기졸업자 채용을 기피하는 곳이 많아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졸업유예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

대학생 기준으로 어학 점수와 자격증 등 평균 정도의 스펙을 갖추는 데 15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한다(‘청년 유니온’ 조사자료)고 하니, 대학 등록금까지 포함하면 1인당 4000만~5000만원 정도를 스펙을 쌓는 데 투자하는 셈이다. 최근 대기업과 은행권에 확산되고 있는 ‘스펙을 초월한 채용방식’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여전히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이렇듯 조금이라도 나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 스펙 쌓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청년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정작 기업의 CEO나 인사담당자들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푸념을 한다. 대학의 전공교과를 졸업한 신입사원을 높은 경쟁률에 의해 채용해도 현업에 바로 투입할 인재가 부족하다며 “대체 대학에서 무얼 가르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하곤 한다. 대졸자 평균 재교육 비용이 5959만원, 교육훈련 기간은 18.3개월(2013년 경총)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른바 학교교육과 산업계 현장의 미스매치 문제다.

최근 많은 대학에서 산학협력사업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인력양성 수요를 교육현장이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불필요한 스펙 쌓기 등으로 노동시장 진입 연령의 상승과 학비지출 증가 등 사회적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기업의 재교육 비용을 대폭 낮추기 위해 정부에서는 ‘일학습병행제’를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교육훈련기관을 통해서 채용하던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육성하는 제도다. 일학습병행제는 한마디로 ‘기업 스스로 인재를 양성하는 한국형 도제(徒弟)제도’이다

일학습병행제 참여 기업은 해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직무능력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출해 국가가 표준화한 NCS(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기반의 교육훈련 프로그램 구축하고, 신규채용 근로자에게 현장 여건에 맞는 교육훈련을 제공하게 된다.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하는 근로자에게는 인력을 활용할 산업계가 직접 평가해서 자격을 부여하는 등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새로운 교육훈련 제도이다.

청년 구직자들은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을 통해 1~4년 동안 체계적인 현장실무 교육을 받게 되고, 기업의 핵심인재로 육성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훈련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직무수행에 불필요한 학벌·학력보다 현장에서 쌓은 기술과 능력이 중심이 되는 ‘능력중심사회’가 구현되리라 기대한다.

경남은 창원국가산업단지 등 제조업 중심의 기계공업단지 메카로서 한국폴리텍대학 등 직무능력 향상 전문교육기관과 기업체 등의 상호 접근성이 용이하다. 현재 경남에서는 일학습병행제에 ㈜동구기업을 포함해 123개 기업이 선정되어 있다. 이중 16개 기업은 일학습병행제 교육프로그램과 교재개발을 완료하고 학습근로자를 모집하는 등 훈련을 진행중이다.

일학습병행제가 정착이 되면 불필요한 스펙 쌓기 없이 정부가 인정한 기술기업에 조기에 취업할 수 있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직접 키워야 한다. 중소기업에서도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일학습병행제를 적극 활용한다면 성장과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인 핵심인재 양성, 일학습병행제에 길이 있다.
 
김태성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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