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기자
담뱃값 인상으로 촉발된 연이은 세금인상의 핵심은 간접세의 증가다. 정부는 법인세, 상속세, 양도세와 같은 직접세가 아닌 국민 누구나 내는 간접세를 건드리고 있다. 담배의 경우 상위층보다 가난한 사람, 중산층 이하에서 많이 피운다는 것은 통계로 이미 나와 있는 사실이다. 결국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5조원에 달하는 세금이 중산층 이하에서 걷혀진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법인세 등 직접세 인하 혜택으로 나라살림이 어려워지자 만만한 서민증세를 선택했다. “이게 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그말은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4500원이라는 가격을 절묘하게 맞춘 것도 안정적인 세수확보와 담배 판매량 유지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다. 이처럼 흡연자들은 계속 피우게 되고 세수는 늘어남에 따라 월급 빼고 다 오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중산층 이하의 가처분 소득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가처분 소득의 하락은 중산층 이하 계급의 실질소득을 줄이고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치킨과 맥주를 팔아야 하는 자영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담배는 사 피워도 일주일에 1마리 먹을 닭을 줄이고 회식도 점차 간소화하기 때문이다. 정작 세제정책 곳곳에 있는 불합리성의 조정을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할 부분도 많지만 유독 간접세 인상을 유도하는 정책은 아쉬울 따름이다.
2005년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정부의 담뱃값 500원 인상에 정면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역시 서민에게만 짐을 지우는 세수인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현재 정부 여당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통해 손주들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조부모가 돈을 줄 경우 1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면제하자는 내용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 빈곤율 45.1%로 OECD국가 중 1위에 해당하는 나라에서 손주에게 1억원을 줄 수 있는 조부모는 과연 얼마나 될찌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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