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뫼비우스의 띠
<이준의 역학이야기> 뫼비우스의 띠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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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시간에 수학 선생님이 물었다. “두 아이가 굴뚝청소를 한다. 청소를 마친 후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고 한 아이는 얼굴이 깨끗하다. 어느 쪽의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 같나?” “얼굴이 더러운 아이입니다.” “틀렸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다른 아이를 보고 자신도 얼굴이 깨끗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씻지 않는다.” 교사는 같은 질문을 다시 하였다. 학생들은 이미 답을 알기 때문에 쉽게 말한다. “얼굴이 깨끗한 아이입니다.” “틀렸다.” 의아한 학생들은 왜냐고 물었다. “똑같이 굴뚝청소를 했다면, 한 아이는 얼굴이 깨끗하고 한 아이는 얼굴이 더러울 수 없다. 둘 다 얼굴이 더러워야 한다.” 조세희가 쓴 ‘뫼비우스의 띠’라는 소설의 한 장면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7:3)”

우리는 모두 같은 시대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러니 누가 더럽고 누가 깨끗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저마다 자기만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과 헬스 웨이스가 2013년에 전 세계 135개국 국민들을 상대로 ‘육체적 건강’, ‘금전적 안정성’, ‘공생적 사회관계’, 거주지를 비롯한 ‘사회공동체에 대한 만족도’, ‘목적의식’이라는 다섯 개 항목으로 행복지수(Well-Being Index)를 조사하였다. 우리나라는 루마니아, 이란, 요르단 등과 함께 74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결과는 2014년도 상반기 우리나라 무역규모 세계 8위에 비추어 볼 때 참으로 황당하다. 우리의 외형과 내면의 괴리현상이 이 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에 놓여있다. 일반 서민들은 단 돈 몇만원도 아까워 발발 떠는데 비하여, 몇 백억 몇 천억 돈을 쌓아둔 사람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은 하루가 멀다않고 즐비하게 언론에 터져 나온다. 이런 탓인지 우리 몸은 동시대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실은 외계인들과 같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을 저마다 서로 네 탓이라며 삿대질을 해 댄다.

하지만 세상과 운명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있다. 안과 밖이 없으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그럼에도 특정 진영논리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집착하고 있는 진영에서 무조건 상대방을 힐난하고 공격하고 말살하려 한다. 특히 사주원국에 편(偏)과 원진(怨嗔)이 뚜렷한 사람으로서 감추고 싶고 들키기 싫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강렬하다면 거의 틀림없이 이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사회적 강자이면서도 약자라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으며, 알게 모르게 다른 이들을 멸시하고 피해를 주는 가해자이자 악마이면서도 스스로는 선량한 피해자라는 피해자 코스프레에 빠져 있다. 노동자임을 자처하는 귀족 노동자, 인권을 입에 달고 사는 고급 시민운동가, 사회적 약자 편임을 늘 외치고 다니나 결코 나누어 주지 않는 부와 권력으로 무장된 의원님들, 다른 이들에게 인간이 되라고 입만 열면 떠벌이나 실은 인간다운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술주정뱅이들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기질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비꼬고 욕하는 것은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 아니고 표현의 자유이고 당연한 권리라고 강변하면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에 대한 풍자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고, 예의도 모르는 파렴치한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SNS상에서 발견되는 무리들도 이러한 기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질의 대표적 표본으로 2차 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를 들 수 있다. 히틀러의 여러 명조들이 떠돌지만 대개 기축년 무진월 병인일 정유시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계수조차 무토와 합하여 화국이 지나치게 격렬함을 알 수 있다. 부부이별 인간무덕 고독하게 살아야 오히려 마음이 편한 인유(寅酉) 원진이 인생의 말년에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다. 출신 성분 때문에 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던 히틀러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아적 기운이 발동하여 권력지향적 인물이 된다. 그리고 1936년 3월 7일 허장성세와 담력으로 무모하게 공격한 라인란트 전투 48시간을 기점으로 히틀러는 권력을 확고하게 틀어진다. 이어 끔직한 인종학살과 대량살상의 세계대전으로 인류 통곡의 역사가 이어진다. 어린 시절의 가슴 아린 트라우마와 원진과 편(偏)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말해주는 한 예이다.

하여 우리 모두 모순 된 듯 보이는 현상들에 대하여 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갖도록 하자.

우리 모두 서로에게 “당신 멋져!”를 외쳐보자.

당당하게 살자. 신나게 살자. 멋있게 살자. 그리고 웬만하면 져주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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