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성과 존엄성
주체성과 존엄성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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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아마도 주체성(主體性)의 자각과 확립이 아닐까 한다. 주체성이란 우리가 어떤 일을 실천할 때에 나타나는 자유롭고 자주적인 성질이기도 하지만 지적(知的)으로 보면 자각이라고도 할 수 있고 또한 자주성으로 자주인(自主人)이 되는 것이며 인간의 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각은 인간의 경이적(驚異的)인 빛으로 내가 나의 운명의 주인임을 분명하게 깨닫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 운명이란 남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귀중한 생명의 존엄성을 느끼면서 자기 운명을 자기 자신이 개척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기의 모든 것을 깨달아야 하겠지만 먼저 나 자신을 알고 내가 설 자리가 어딘지를 알아야 한다. 자기의 실력과 분수를 바로 아는 자만이 저답게 살아가는 지혜(智慧)이기도 하지만 또한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습관을 길러야만 한다. 이를테면 자기 인생의 사명(使命)의 자각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대한 사람들의 행동은 대개 자기 사명의 자각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생명 존엄성의 자각, 자기 분수의 자각, 운명의 주인이라는 자각, 사명의 자각 등 만약 이러한 근본적인 자각이 없다면 개인적 주체성의 확립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주체성의 정적 측면은 자존심이며, 자존심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고자 한다. 자존심은 스스로를 아끼고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자멸심(自蔑心)으로서 스스로 자기를 멸시하고 자기를 비하하는 마음으로 자포자기를 쉽게 한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이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나 같은 게 감히”하고 스스로를 멸시하고 자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은 해 보기도 전에 좌절한 자로 향상과 분투노력과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내가 누구인가를 깨닫고 스스로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마음이 죽으면 모든 것에 의욕을 잃게 된다. 먼저 마음이 살아 있어야 한다. 자존심은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의 표시로 스스로를 높이고 자기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자존심에서 긍지와 자부심이 생기기도 한다. 자존심을 갖는 자만이 언행을 신중히 하며, 자기의 주장에 따르면서도 경솔하거나 분수없는 행동은 피하되 또한 자기를 업신여기지 않고 자기를 깔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자존심을 가질 때 우리는 예의를 가질 수 있고 면목을 세우고 체통을 지키면서 사람으로서의 부끄러운 일이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을 아니하게 된다. 자존심은 남의 보호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근본 감정이기 때문에 자존심을 갖는 자는 옳지 못한 행동이나 염치도 모르는 뻔뻔스러운 행동을 한다고는 볼 수 없다. 자존심은 독립심과 염치심의 근본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고귀한 감정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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