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죽이는 원님재판, 언제 벗어나나
지역경제 죽이는 원님재판, 언제 벗어나나
  • 이웅재
  • 승인 201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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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서부권본부)
“네 이놈, 니 죄를 니가 알렸다”, 세월호 참사 후 대한민국 법률의 근간인 죄형법정주의와 일사부재리 원칙 조차 거론 못하는 해운업계의 실상을 보면서 수백년 전 횡횡했던 원님재판이 떠오른다. 여론재판에 덕석말이 신세된 해운업계지만 누구하나 나서 변명해 주지 않는다. 오해 받을짓 말라는 ‘과전부납리 이하부정관’ 처세는 양반이고, 아예 ‘오얏나무와 참외밭의 씨를 없애자’고 해야 인정받는 살벌한 분위기가 사회전반에 깔려 있다.

핏줄이 막히면 세포가 썩고 돈의 흐름이 끊기면 민생이 피폐해 진다. 세계 10위권 교역국인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원님재판이 초근목피 민생고를 떠올리는 신호탄이 되어선 안된다.

세월호 참사 후 지난 6월16일 삼천포~제주항로 운항사인 두우해운은 선령 28년 된 제주월드호의 운항을 6개월 중단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검사수리비를 들이기보다는 개정 법령을 대비해 용선을 투입하겠다는 취지로 알려졌다. 이후 두우해운은 속초항~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운항하던 ‘뉴블루오션호’를 대체 투입키로 하고 용선계약을 체결했으며, ‘제주월드호’는 인도네시아 등 외국선사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백일이 지난 현재도 운항재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뉴블루오션호’의 대체투입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뉴블루오션호’의 트레일러 적재공간 설계변경 과정에서 유관기관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설계업체 대다수가 검찰조사 등 압박을 의식하며, 문제의 소지가 많은 카페리 설계를 아예 기피하는 분위기가 전해진 것. 결국 두우해운은 ‘뉴블루오션호’의 용선계약을 해지하고, 기존 운항해 오던 ‘제주월드호’를 재투입키로 했다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두우해운의 실상을 분석해 보면 제주월드호의 국제매각 진행으로 재투입 시기를 짐작키 어렵다. 또한 투입 전 수리비(10억 상당)와 내년 2월 검사비용(20억원 상당)도 부담이다. 차후 예상되는 선령제한 등 선박안전기준 강화도 재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개항 백년 삼천포항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던 삼천포항~제주항 뱃길이 끊기면서 내륙-제주간 원자재, 생필품 반입과 내륙 출하 농·수산물의 적기출하 지장 등 물류운송에 극심한 차질을 빚고 있다. 대체수단인 항공운송의 비용 증가로 제주도 물가가 15% 정도 올랐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아선상을 맴돌던 사천시 삼천포지역 경제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제 두우해운이 밝힌 승객·화물 이용 현황에 따르면 1일 삼천포항 발송 화물은 5톤차량 기준 60대와 승용차 20대, 삼천포 도착 화물차는 35대, 승용차는 10대 수준이었다.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1일 주유비 1억원 상당에 운전원과 여객 등 부대 경제효과가 300명 기준 하루 약 1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불꺼진 항구도시 삼천포지역이 비명 지르는 바탕에는 민초들의 생활고가 깔려 있다.

휴항이 장기화되면서 두우해운은 인건비와 선박 유지·관리비 등 매월 2억원 이상 적자가 쌓이고 있다 한다. 선사의 어려움은 운항재개의 걸림돌로 경쟁력 상실에 다른 취항 포기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해운산업 활성화’는 ‘필요하지만 내가 나서지는 않겠다’며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로 회피하는 공직 분위기다. 을의 입장에서 두우해운이 인허가와 법령개정 등 정부조직의 무한 갑질을 두려워 하며 애태우고 있지만 경남도와 사천시가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내 자식 몰매 맞는데 가만이 있을 부모 있을까 싶다.

‘지역실정에 걸맞는 살림살이(행정)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지방자치제다. 중앙정부가 외면해도 지역에 꼭 필요한 일 하는 것이 지방행정이란 소리다. 삼천포항~제주 뱃길 복원의 중요성은 민간기업의 사적 영역을 넘어 서부경남 유일 국제무역항의 기능을 살리는 일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배웠다. 경남도와 사천시가 적극 나서서 가려운 곳 시원하게 한번 긁어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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