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17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17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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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2. 칼춤, 그 붉은 마음
“한 시가 급합니다. 무기를 보급 받지 못하면 진주성은 곧 적의 수중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목사께서는 그 점을 가장 걱정하고 계십니다.”

김성일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성 안까지 무기를 반입하느냐 하는 것이야.”

당시 전황은 공성군과 수성군이 하나같이 두 눈을 시뻘겋게 치뜨고 금방 터질 줄처럼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긴박한 정세였다. 적의 눈을 속여 은밀한 무슨 일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앉아서 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일단 시도는 해봐야 했다.

“무기를 안전하게 성내로 운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자원자를 구하도록 해야겠다.”

김성일은 곧 방(榜)을 내걸고 임무 수행자에게 후한 포상을 내리겠노라 했다. 그러나 금방 나서는 자가 없었다. 돈도 좋지만 하나뿐인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왜군 진지를 뚫고 성 안까지 잠입한다는 건 실로 위험천만한 대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파리나 개미라도 수월찮을 것이었다.

“아, 이리도 사람이 없더란 말이냐?”

김성일은 실망하고 괴로워했다. 그러는 중에도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있었다. 도움을 청하러 온 쪽이나 도움을 주려는 쪽이나 조급하고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지금쯤 무기고가 바닥난 수성군은 맨손으로 적의 조총을 상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함락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신불의 가호가 내렸다.

“무어라? 이, 있어?”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던 자원자가 드디어 나타났던 것이다. 영리(營吏) 하경해라는 사람이었다. 조선시대 감영이나 군영, 수영에 속해 있으면서 말단 행정 실무에 종사하던 서리(胥吏)가 영리였다. 아무튼 캄캄한 동굴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진주성은 네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필코 임무를 완수해야 할 것이야.”

김성일은 몇 번을 신신당부했다. 하경해는 자신감 넘치는 소리로,

“왜놈들이 모르는 진주성 주변 지리를, 저는 자다가 일어나서 그려 보일 수 있습니다. 조금도 염려 마십시오. 감쪽같이 성 안으로 숨어 들어가 무기를 전하겠습니다.”

“오, 그래. 말만 들어도 안심이 되는구나!”

하경해는 장전(長箭) 100부(部)를 가지고 길을 떠났다. 그는 야간을 이용해 진주성 밑까지 무사히 다다랐다. 그리고 성내에 들어갈 때까지 왜군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참으로 신출귀몰, 바람 같은 행동이었다. 하늘이 돕고 있었다.

“긴 화살이 100개나 생겼으니 100년은 성을 지킬 수 있겠거니. 참으로 장한 일을 하였도다.”

시민은 하경해의 전공을 치하해 마지않았다. 바닥까지 떨어지려던 수성군 사기는 봄날 새싹 돋듯 다시 살아났다. 바람의 방향도 거짓말같이 바뀌었다. 시민은 마음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할 결심을 하고 있는 진주성이었다.

‘조운이 그 사람을 봐서라도 무너질 수는 없어. 그가 비차라는 것을 만들어 타고 성 안으로 날아들어 왔을 때, 내가 죽었거나 없으면 얼마나 낙담하고 슬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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