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 언제까지 병들어 있을 순 없다
대학 축제, 언제까지 병들어 있을 순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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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경남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경남대학교가 무알코올 축제를 선언했다. 이에 우리 대학 학우들, 특히 새내기들의 반발이 거세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등 안타까운 사고들이 이어지면서 많은 대학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2학기로 미뤄지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올해 새내기들은 대학에 들어와서 즐길 수 있는 엠티나 축제 등의 행사들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축제마저 무알코올로 진행하겠다고 하니 새내기들의 누르고 있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우리 대학의 총학생회에서 SNS를 통해 올린 공지에는 ‘내 등록금 가지고 차 뽑을 거냐’, ‘등록금 아깝다’, ‘비리가 엄청날 거다’ 등의 추측과 불만이 가득 담긴 댓글들이 달렸다.

대부분의 학우들이 대학축제하면 밤 늦도록 이어지는 술자리와 연예인들의 화려한 초청무대를 떠올린다. 실제로 이제까지의 대학축제는 이처럼 연예인 초청무대를 중심으로 한 소모성의 축제로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소모성 축제에 대한 문제점 지적 또한 계속되어 오고 있었다.

사실 조금 황당한 것은 초청되는 연예인 급에 따라 대학축제의 질이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은 A급 연예인이 왔다’, ‘가까운 다른 대학에서는 B급 연예인이 왔다. 우리 대학에서는 어떤 연예인이 올까? A급 연예인이 오게 돈 좀 썼으면 좋겠다’며 대학에 초청되는 연예인들에 집중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지금의 대학축제가 과연 진실로 대학생들의 축제인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대학축제는 대학생들의 축제다. 연예인들에 의한 축제가 아니다. 노래 몇 곡 들을 만한 짧은 시간의 즐거움을 위해 축제에 잡혀 있는 예산의 큰 부분을 사용하는 것은 소모성을 극대화시키는 일이다. 잠깐 연예인들과 함께 즐기고 나서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잠깐이라도 모든 것을 다 잊은 채 신나게 노는 것도 중요하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학축제의 주가 되어선 안 된다. 일반적인 축제에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든 연예인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그들의 노래를 들을 기회도 많다. 대학축제가 그들만을 보기 위한 축제로 변질되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주점도 마찬가지다. 무알코올 축제를 하면서도 무알코올 맥주, 무알코올 칵테일 등 맛있게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많다. 이미 알코올 축제와 화려한 무대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버린 대학생들은 무알코올 축제를 알맹이 없는 빈 껍질이라고 느낀다. 과다한 음주는 늘 문제를 일으킨다. 이미 술을 절제하지 못한 많은 학우들이 문제를 일으켰고, 그것은 문제시되어 왔다.

대학축제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무알코올 축제로도 충분히 즐거운 축제를 구성할 수 있다. 화려한 연예인과 알코올에 의한 즐거움만 찾는 우리들을 모습이 현재의 대학축제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니만큼 우리가 나서서 건전한 대학축제의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대학생들의 이러한 소모적인 축제문화를 우리들이 바꾸지 않으면 누가 바꿀 수 있겠는가.

 

김서현 (경남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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