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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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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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알렉스 헤밀리의 소설을 연속극으로 만들어 전 세계를 흔들었던 ‘뿌리’는 미국사회의 아픈 노예문화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흑인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인종문제를 다시 한 번 성찰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극중의 주인공 쿤타킨테는 아프리카에서 팔려와 갖은 고생을 하며 자식을 낳지만 딸 키지마저 백인의 노예로 팔려가는 설움을 겪는다. 백인과의 사이에 흑인아이를 낳은 딸의 비운과 늙어 불구가 된 이후에야 비로소 자유를 누리게 된 쿤타킨테를 통해 많은 흑인들이 자신들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고 더 이상 미국사회의 소수로 남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오바마가 미국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미국사회의 흑인을 비롯한 소수민족과 다문화가족들은 비로소 킨타쿤테의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오바마 역시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족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사회가 더 이상의 인종차별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있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최근 우리 고장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성철 스님 생가 자리에 들어선 겁외사에 성철 스님의 기념관이 들어섰다. 성철 스님의 따님 불필 스님이 원택 스님과 함께 지은 것이라고 한다. 생전에는 단 한 번도 아버지라 불러보지 못한 한이 있었지만 사후에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부은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 속인들의 생각이지만 정작 스님은 기념관 준공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속세의 뿌리이지만 속가를 떠난 후로는 스승으로만 모셨던 한을 풀며 많은 중생들이 이곳을 찾아 위로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뿌리는 천륜인 것을 어찌하랴. 성철 스님도 어차피 불필 스님에겐 육신을 만들어준 아버지임에야.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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