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있는 의회를 바란다
품격있는 의회를 바란다
  • 박철홍
  • 승인 201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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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홍 기자
지난 2009년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연설 중 야당인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이 갑자기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당신 거짓말하고 있어(You lie)”라고 소리쳤다. 하원은 바로 그날 윌슨 의원에 대해 ‘부적절한 언어사용 행위에 대한 비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회는 ‘윌슨의 언행은 상·하 합동회의의 품격을 떨어뜨렸고, 예절을 위반해 하원을 불명예스럽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지역 유권자들은 윌슨의 경쟁자를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며 윌슨은 용서를 구하느라 바빴다.

지난 2012년 영국의 나지르 아프매드 노동당 소속 상원의원은 “오바마에게 현상금 1000만 파운드를 걸겠다”고 발언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같이 선진국에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고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언행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한다.

지난달 16일 김 모 창원시의원은 본회의 도중 안상수 창원시장을 향해 날계란 2개를 던졌다. 진해구 출신인 김 의원은 창원시가 NC구단 야구장 입지를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에서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바꾼 데 불만을 품고 이 같은 행동을 했다.

지난 7월 28일 진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장. 시정질문에 나선 강 모의원은 선거기간 진주시 총무과장의 처신을 놓고 이창희 진주시장과 격한 감정다툼을 벌였다.

강 모 의원은 “총무과장의 부인과 이 시장의 여동생이 친구 사이라 총무과장이 파격적으로 발탁됐다. 부인은 이번에 승진까지 했다. 승진해서는 안 되는데 승진했다. 이 시장의 여동생이 인사에 간여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이 근거를 계속 요구하자 강 모 의원은 “반성을 하지 않는 시장, 권력의 사유화 아닌가”며 고함을 질렀다. 이어 강 의원은 “구설수 올랐는데 내가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는 것이 시장의 도리이다. 그런데 여기서 맞다 안맞다를 따지는 것이 시장의 덕목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하자 이 시장은 “강 의원은 그렇게 하세요, 저는 못해요”라고 반박했다.

막말과 폭력이 없는 ‘품격 있는 의회’가 되기 위해서는 상호존중의 정치문화가 먼저 확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언어를 순화하고 폭력적 방법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방을 존중해야 나도 존중 받을 수 있음을 깨닫고, 토론하는 법과 자신의 언행에 책임지는 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의원들이 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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