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갈대
생각하는 갈대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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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가을은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독서하기에도 좋은 계절이어서 나름대로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생로병사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다 보니 병원에 근무하는 필자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친지가 큰 병에 걸렸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곤 한다. 아직도 많은 질환들이 완전히 치료되지 않고 관리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와 장해를 남기거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드릴 때가 제일 어렵다.

생명의 탄생은 본인의 선택이 아닌 운명이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든, 이는 타고난 복으로 우리는 치부해 버린다. 재벌가에서 나서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큰 사업을 하게 되면 자기 잘난 줄 아는 게 우리의 정서이지만, 빌게이츠, 카네기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재벌들은 자기가 타인을 통해 벌어들인 부를 기부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자기가 부유한 집안에서 좋은 교육과 많은 재산을 물려받으면 백미터 달리기의 출발점을 남보다 절반 앞선 지점에서 출발했기에 성공했다고 하는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기부에 과감하다고 한다. 자기가 태어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한 삶을 우리들은 존경하게 된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서 실패하면 손가락질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어려운 환경을 탓하지 말고 열심히 사는 게 정답일 것이다. 출산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거의 방목하듯이 자식들을 키웠다면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자기스스로 공부하고 학교에서 배운 것만 알아도 되는 세상이었는데, 이제는 영어회화도 미국인처럼 해야 하고, 우리 때 공부하던 수학 정석이라는 책이 아직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고, 언어·과학영역도 할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자기 자식이 일등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한 바람이다. 어떻게 모두가 일등일 수 있는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다양성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서 큰 변화 없는 안전한 삶은 살기를 부모들은 바란다. 자식이 부모의 마음대로 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도 살아보아서 알면서 자식에게는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자식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부모들도 노력해야만 다가오려고 하지 그렇지 않으면 자꾸 멀어지려고 할 것이다. 부모님들의 마음을 비워 나가는 게 자식을 키워가면서 깨우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늙어 가면서 주위에 사람이 모여서 외롭지 않으려면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살아오면서 나름대로의 고착화된 경험과 지식이 진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자기말만 하고, 자기생각만 옳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즐거운 노년을 보내려면 향상 미소 짓고 젊은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된다.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가 아닌 ‘참 그런 점이 당신의 장점이네요’, ‘나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좋은 의견이네요’라고 해야 주위에 도와줄 동료와 후배들이 몰려올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야 친구도 많고 즐거운 삶이 된다고 한다.

병들고 싶은 이는 없지만 피해갈 수도 없다. 병원에 오는 분들 중에는 평생 병원이 처음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아프지 않아서, 살기가 바빠서 등의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평소 자기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병원에 처음 와서 사형선고와 같은 온 몸에 전이된 암을 가지고 있다는 판정을 받곤 한다. 평소에 혈압, 당뇨, 관절염 등이 있어 병원을 늘 다니는 분들은 평소에도 자기관리와 검진 등을 통해 조심스럽게 몸관리를 한다. 병은 너무 늦어버리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나름대로의 스케줄을 가지고 받아야 한다. 너무 늦었다고 하기 전에….
 
 
황수현 (경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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