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24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24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0.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장 3. 하늘보다 높은 성(城)
왜군 한 부대가 덕천강으로 가고 있었다. 지리산 여러 골의 물을 한데 모아 흐르는 ‘덕천(德川)’은 큰 내를 뜻하는 이름이다. 산청군 시천면의 ‘덕천서원’이란 이름도 여기에서 나왔다.

대동여지도에는 덕천강이 남강과 합쳐지기 전의 하류를 금성강이라고 적어놓고 있다. 사천시 곤명면 금성리의 강변에 금성이라는 성터가 있었던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옛날 그곳에는 금성나루터도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덕천강은 금성강이라는 이칭(異稱) 외에도 시천, 살천, 청천강(靑川江, 菁川江)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바로 그 하천가에서 왜군들은 졸지에 불벼락을 맞게 된 것이다.

“아, 조선 매복군이다!”

“누가 겁도 없이 우리에게 싸움을 걸어오는 거야?”

도대체 거칠 것이라곤 없어 보이는 그들을 습격한 것은, 저 정기룡과 조경형이 이끄는 군사들이었다.

송시열이 쓴 정기룡의 신도비문(神道碑文)에 의하면, 중국의 성천자(聖天子)까지 그의 성명을 듣고 백부(百夫)의 장(長)으로 삼기에 이르렀다는 정기룡. 금산(錦山)싸움에서 왜군 포로가 된 우방어사 조경을 구하고 곤양 수성장이 된 정기룡.

경남 하동(河東)의 구전설화에서 엿볼 수 있는 ‘정기룡 장군의 탄생과 명마(名馬)’ 이야기는 애틋하면서도 흥미를 끈다.

……정기룡의 어머니는 홍역을 앓아 아이를 낳던 중 그만 죽고 만다. 그런데 유족들이 염습을 하다가 그녀 뱃속에 아이가 들어 있는 것을 알고 어쩔 줄 몰라 하지만, 다행히 아이는 세상 빛을 보게 된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울음소리가 아주 우렁차고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 있어 마을 사람들은 영웅이 탄생했다고 하였다.

정기룡에게는 두 부인이 있는데, 진주성전투에서 첫째 부인인 강씨를 잃었고, 명마와 관련된 인물은 둘째 부인인 권씨다. 세상 모든 사내들을 멀리하는 노처녀였던 권씨가 정기룡을 보자 혼인할 뜻을 굳힌 것인데, 그녀가 키운 날래고 힘센 말이 정기룡 장군을 태우고 전장을 누비면서 큰공을 세우게 했던 것이다.

“모조리 죽여라!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정기룡과 조경형은 목이 터져라 선두지휘하였다.

“안 되겠다. 전멸 당하기 전에 도망쳐라.”

왜장이 자기 먼저 도주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놈들아! 어디로 달아나느냐?”

조선군에게 쫓긴 왜군은 그들이 진을 치고 있던 진주로 되돌아왔다. 산마루가 홍시 빛으로 물드는 석양 무렵이었다. 왜군은 노을빛에서 피 냄새를 맡았다. 이번에 전사한 자기들 전우가 흘린 피였다.

“으악! 저것들은 또 뭐냐?”

왜군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 또 일어났다. 전라우의병장 최경회와 전라좌의병장 임계영이 2000여 명의 구원병을 거느리고 진주로 온 것이다. 그들은 왜군의 측면을 공격하였다. 그것은 왜군이 진주성을 함락시키려는 것을 견제하는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이듬해 벌어진 제2차 진주성전투는 그에게 죽을 때까지 씻을 수 없는 한을 남겨주었으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