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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만에 큰 원을 그리며 연결한 둘레길생명의 터전 지리산둘레길 <22>덕산~위태구간
최창민/강동현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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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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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양단수가 보이는 덕산의 도화정


▲지리산 둘레길 덕산∼위태구간은 산청군 시천면 사리(덕산)에서 덕천강을 건너고 다시 강변 들길을 따라 걷다가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거리 10.3km, 난이도 중급에 휴식포함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지리산 둘레길 9구간에 해당하며 본지 22회차로 사실상 마지막 구간이다.

본지의 산 기획 ‘생명의 터전 지리산 둘레길’은 봄볕이 따뜻했던 지난 5월 3일 하동군 위태리∼하동호 구간 1회차를 시작으로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한여름을 관통해 10월 중순까지 약 5개월간 274km의 대장정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 22구간 중 중간에 하동과 구례의 경계지역에 있는 목아재∼당재 구간과 하동서당∼하동읍 구간이 있어 2회차를 추가해 진행한 뒤 24회차의 기획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덕산→천평교→덕천강변→중태→유점마을→중태재(갈치재)→위태(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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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단수


▲오전 9시 20분, 덕산에서 출발해 지리산 중산리 방향 원리교를 건너고, 덕산중·고교 앞에서 다시 천평교를 건넌 뒤 들녘 옆으로 난 덕천강변을 따른다.

원리교 아래의 계곡물은 지리산 동쪽 유평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이며 천평교 아래 물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산리를 거쳐 내려오는 물이다. 이 두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 강변에 덕천강을 향해 선 정자가 도화정이다. 거기에 서면 지리산 두 갈래의 물이 만나 덕천강이 돼 남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류산 양단수를 예듣고 이제보니/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겼어라/아회야 무릉이 어드메뇨/나는 옌가 하노라’

남명 조식 선생이 이곳에서 이 시를 읊었다. 두류산 양단수의 절경에 대한 감탄과 예찬이다. 그는 1555년(명종 10년) 55세 때 덕산에서 ‘단성소’(丹城疏)를 올린다.

“나라의 근본은 없어졌고 하늘의 뜻도 민심도 떠나버렸다. 큰 고목이 백 년 동안 벌레에 먹혀서 그 진이 다 말라버렸으니 언제 폭풍우를 만나 쓰러질지 모른다.(중략) 낮은 벼슬아치는 아래에서 술과 여색에 빠져 있고 높은 벼슬아치는 윗자리에서 빈둥거리며 뇌물로 재물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오장육부가 썩어…나라의 형세가 곪을 대로 곪았는데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중략) 대비(문정왕후)께서는 신실하고 뜻이 깊다 하나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전하는 아직 어리시니 다만 돌아가신 임금님의 한 고아에 불과하다. 백 가지 천 가지로 내리는 하늘의 재앙을 어떻게 감당하며 억만 갈래로 흩어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시렵니까.(중략) 임금으로서의 원칙을 세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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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강가 샘물


남명이 자연 속에 묻혀 유유자적한 삶을 추구한 것이 아니었음이다.

시천면 소재지인 덕산이란 지명은 남명이 지었다. 덕을 쌓을 수 있는 땅이란 뜻이다. 천평교를 건너면 이와 일맥상통하는 ‘금환락지’라는 대형 이정석이 서 있다. 선녀가 목욕 후 하늘로 오르다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터란 의미다.

도화 뜬 강물 지리산영이 잠긴 덕천강가를 따라 내려간다. 뒤돌아보면 가까운 곳에 구곡산이요, 더 멀리는 지리산 천왕봉이 굽어본다.

오전 10시, 둘레길은 20번 지리산대로 덕산교 아래를 지나고 샘물이 흘러나오는 옥천 앞을 지난다.

맞은편에 건립되고 있는 대형건물은 지리산국립공원관리소. 앞으로 관리소를 총괄할 것이라고 한다. 이어 덕산 출발 3km지점에서 덕천강과 헤어져 산으로 향한다. 강가에 펜션으로 보이는 집들이 몇 채 있어 여름철 향락객의 힐링 장소가 되는 곳이다.

오전 10시 20분, 아스팔트로를 따라 산으로 향하면 중태마을 지리산둘레길 중태안내소가 반겨준다. 실명제 안내소 기능을 하고 있는 곳으로 여직원 한 명이 산행자의 서명을 받고 있다. 농가 피해를 줄이고 마을이 자율적으로 지리산 둘레길 안내를 담당하겠다는 소망을 담아 마련한 공간이라고 한다. 둘레길 관련 물품과 지도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산을 향해 더 진행하면 ‘천왕봉 죽염’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길을 택한다. 산길이라 해도 여전히 시멘트 임도이며 군데군데 갖은 형태의 가옥과 주택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산으로 이어진 길은 어느새 고도를 높이고 중간에 7∼8여호가 되는 유점마을이 나오는데 우편함 주소지는 시천면 중태리로 표시돼 있다. 언덕 느티나무 옆에 마을회관처럼 생긴 작은 교회가 정겨운 풍경을 자랑한다. ‘제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30여년 전 형성된 종교촌 형식의 마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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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신비로운 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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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태에서 유점마을 가는 길은 포장이 되긴 했지만, 좁기 때문에 오가는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유점마을은 놋점이라 불렸으며 예전에 유기(놋그릇)를 만들었던 곳이다. 길가에 떨어진 밤톨과 감들이 차바퀴에 뭉개져 뒹구는 가을을 실감한다.

작은 대숲이 하나 나오고 곧이어 늙은 서어나무 서너그루가 쉼터를 제공하는 언덕배기에서 올라선다.

오전 11시 31분, 임도에서 벗어나 왼쪽 돌계단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산길이다. 옆에 선 둘레길이정표에 덕산 7.9km, 위태 2.9km로 표시돼 있다. 이때부터 급격한 오름길 10분여쯤 된비알을 치오르면 하늘이 보이는 갈치재에 선다. 해발 고도 420m로 이 구간 가장 높은 지역이며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 재다.

오른쪽 산 능선을 따르면 주산이다. 이 산은 지리산을 향해 제를 올리는 산이기도 하다. 이 재를 산청사람들은 위태재라 부르고 하동사람들은 중태재라 부른다. 이 재를 넘어서 하동과 산청을 오가는 것이다.

사실상 내리막길. 중간에 신비로운 대숲을 만난다. 대숲에 들면 댓잎이 서로 부대끼며 나는 소리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처럼 들린다. 과거에는 논밭이었던 곳인데 이제 대밭이 돼 버렸다. 아직까지 돌로 쌓은 논밭의 형태가 남아 있는 신비로운 대숲이다.

대밭의 끝에 실개천이 흘러 내려간다. 실개천의 물은 아래 저수지에 고였다가 위태마을 뒤뜰을 적셔주는 생명의 젖줄이다. 이 계절에 만나는 산속의 아담한 저수지 풍경이 아름답다. 구릉에 핀 이름 모를 하얀 꽃이 한결 더 예쁜 풍치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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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마을 젖줄인 산속의 작은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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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동화된 삶


가을 수확철을 맞아 산 속에서 들녘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자연에 동화돼 하나처럼 살아가는 주민들은 요즘 콩대와 참깨를 베거나 알밤을 줍는 일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산기슭 벼논은 아직 수확이 덜 됐고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수확의 일손이 바쁘다.

낮 12시 30분, 드디어 위태마을. 본지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는 순간이다. 흥분된 마음이 작은 감동으로 밀려온다.

지난 5월 3일 위태마을을 출발해 하동군으로 넘어간 지 5개월여 만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길바닥 한쪽에 놓여 있던 것이 당시에는 어린 모판이었으나 지금은 수확이 돼 햇볕에 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위태마을의 지명은 상촌이었는데 청암면에서 옥종면으로 편입되면서 이름이 위태로 변경됐다. 상촌에는 진등, 안몰, 중몰, 괴정지 등의 여러 작은 마을이 있다.

상촌재는 위태리 사람들이 산청으로 장을 보러갔던 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진등마을 회관을 옆에 두고 가는데 조용한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둘레길 간이화장실도 버스정류소 옆에 있어 쉬어가기 편하다.

최창민·강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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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 가을들녘. 한 아주머니가 깻대를 이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하고 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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