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교육감의 500人 원탁토론
박종훈교육감의 500人 원탁토론
  • 최창민
  • 승인 2014.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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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원탁토론은 10여명 내외의 토론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자유롭게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다자간 토의형 토론형식을 말한다. 이는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사상의 철학적 기반 위에서 출발한다.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한다는 의미에서 민주적이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요구된다. 진행형식에 있어 즉문 즉답 반대심문 등은 하지 않는 것이 관례지만 자유토론이 진행될 때는 예외가 되기도 한다.

2012년 10월 광주시교육청에서 ‘광주의 교육’에 대해 첫 500인 원탁토론을 개최해 매년 진행되고 있다. 당시 교육감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전문가 종사자 등이 토론을 벌여 일정부분 목적을 달성했다 한다. 올해 수원에서도 ‘수원의 교육’을 의제로 500인 원탁토론이 열렸다. 시민들 500명이 10명씩 50개 테이블에 앉아 공통의 의제를 놓고 생각하고 토론해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테면 패널이 무대에서 토론하고 시민들이 열심히 듣는 방식을 탈피한 원탁토론이 작금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형식은 약간 다르지만 토론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정치초년부터 토론으로 성장한 정치인이다. 토론으로 시작해 토론으로 끝을 맺은 이른바 일필휘지 일도양단(一筆揮之 一刀兩斷), 고성능 토론자였다. 대통령이 된 후 절정에 이르렀다. 국민과의 토론, 검사와의 토론도 벌였다. 검사와 토론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검사의 공격에 그가 남긴 말 “이제 막가자는 거지요”였다. 대통령의 언어치곤 어눌했다. 그러나 유명한 일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오는 27일 창원 세코에서 도내 학생들과 500인 원탁토론을 벌인다. with 교육감, 500인 원탁토론. ‘경남학생, 함께 만드는 행복한 학교를 말하다’이다.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되며, 형식은 10명씩 50개의 테이블을 놓고 학생들 상호간 자유로운 토론을 벌인다. 대신 각 테이블마다 진행자가 1명씩 배치돼 진행을 돕는다. 의제소개에 이어 아이스브레이킹, 원탁토론, 결과 정리, 교육감 총평 순으로 진행된다.

박 교육감이 토론에 참여하는 시간은 없지만 원활한 진행상 직·간접적으로 토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의제는 ‘학생들이 풀어보는 학교폭력의 원인 진단과 폭력 없는 공감학교 만들기’이다. 의제에서 보듯이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또 예방책이 무엇인지 학생들과 교육감이 터놓고 얘기해 보자는 취지다. 그는 6·4 지방선거가 한창일 때 진주외고에서 발생한 학생폭력 사고에 대해 비판했다. 또 학교폭력을 없애겠다 고도 했다. 어쩌면 이런 비판이 선거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박 교육감 취임 2개월 만에 고성의 한 중학교에서 폭력사고로 학생이 사망했다. 도교육청과 박 교육감은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학생들에 의한 학교폭력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호언했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 분위기는 도무지 학교폭력의 해결책이 무엇이냐는 자조와 자책의 한숨이 더 크게 들렸었다.

박 교육감은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했고, 결과의 하나로 500인 원탁토론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500인 원탁토론이 끝나면 학교폭력이 당장 없어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박 교육감 역시 학생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벌여 이곳에서 나온 결과를 도출해 앞으로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감 직속 전담기구 설치도 준비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과 학부모,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교육청의 이러한 노력과 사회전반의 관심이 모여야만 해결될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학교폭력이 사라지게 된다면 500인이 아니라 1000명, 2000명이 모여서라도 토론을 벌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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