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웅씨 가족 '전기차로 서울까지' 도전기
재웅씨 가족 '전기차로 서울까지' 도전기
  • 이은수
  • 승인 2014.10.17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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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카 극복하고 전국운행 가능성 발견” 큰 성과

 

▲전기차로 전국최초 창원-서울간 왕복운행을 성공한 정재웅(36)씨가 가족인 아내 문소영(35·여),딸 정윤희(7·여),정경환(5·남)과 함께 16일 오전 창원시 충혼탑 앞에서 화이팅을 하고 있다. 황선필기자

 

창원에 사는 도전적인 30대 남성이 가족과 함께 전기차를 타고 1000km 거리를 달려 서울까지 왕복하는데 성공해 화제다. 그간 전기자동차는 100km∼150km내외의 짧은 주행거리로 인해 주로 시내용의 세컨드카 개념이 강했다.


따라서 전기차로 전국을 누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었으나 이번에 이를 뒤집기라도 하듯 전국 최초로 남부지방에서 수도권까지 왕복 운행에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하게 했다. 특히 이번 주행에서 실제 서울에서 창원(부산도 비슷한 거리)까지 왕복하는데 6번의 충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입증돼 고속도로변 등에 충전인프라만 갖춰 진다면 대중화는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주인공은 진해구 석동에 거주하는 정재웅(36)씨. 먼저 도전계기를 물었다. 그는 "전기차 인프라가 취약한 상태에서 남들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때 전기차 정책 발전을 위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특히 기아차가 만든 쏘울 EV를 타면서 평균적으로 운행 가능거리의 20∼25%는 추가로 더 탈 수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웅씨 네가족은 지난 7월 창원시로부터 차량을 공급받아 주말마다 전기차를 타고 나들이를 다녔다. 주행구간도 창녕, 진주, 그리고 경북 청도로 점차 넓혀갔다. 자신감이 붙은 재웅씨는 전국 도전길에 나서게 됐고 첫 원정지로 서울을 택했다. 준비단계에서는 전국의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환경부 충전인프라정보시스템에 들어가 충전소 위치를 꼼꼼히 파악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0월 9일 한글날 아침. 전날 완속충전기로 충전을 했더니 운행거리가 180km 나왔다. 오전에 첫째딸 체육대회에 들렀다가 점심을 먹고 롯데마트 진해점 부근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힘찬 출발을 했다. 재웅씨 일행은 첫번째 충전을 위해 대구시청으로 향했다. 1시간여를 달려 수성톨게이트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이용요금이 무려 5700원이 나와 화들짝 놀랐다. "전기차 완충하면 전기요금이 2000원도 안나오는데… ." 배보다 배꼽이 컸다.

 

대구에서는 전기차 충전기를 찾아 한참을 해매다가 시청 맞은편 공영주차장에 있는 충전기를 발견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반떼 승용차가 전기차 전용공간을 차지했다. 연락이 되지 않아 그 옆에 있던 차량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고 LS에서 생산한 급속충전기로 충전을 했다. 화면을 터치해보니 1.정액요금 2.Kwh 3.Full 이렇게 3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해서 3번을 누르고 충전을 했다. 물론 환경부 발급 회원카드 지참은 필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충전후 아무리 힘을 줘도 충전커넥트가 빠지지 않았어요. 알고보니 버튼이 고장나 안쪽에 있는 고리가 내려가지 않았던 거예요. 더군나 충전기에 표시된 비상연락처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재웅씨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할 수 없이 이리저리 살∼살 흔들다가 확 잡아당겼다. 그랬더니 안쪽에 있던 고리가 뚝 떨어져 난제를 해결했다. 충전하는 동안 아내와 자녀들은 돋자리를 깔고 간식을 먹었다. 급속충전으로 운행가능거리는 151km로 늘어났다. 요금은 아직 부과를 하지 않아 0원이 나왔다.

 

두번째 충전을 위해 대전에 있는 홈플러스(동대전점)로 출발했다. 왜관을 거쳐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했다. 핸드폰으로 충전인프라정보시스템에 들어가 살펴보니 충전대기상태라고 떴다. 5층 충전기 앞에 주차를 하고 충전 전 잔존 운행 가능거리를 보니 26km가 남았다. 15km(151-136)가 남아야 하지만 11km가 덤으로 남은 것은 내리막길 등을 달릴때 배터리가 역으로 다시 재충전(회생제동장치 작동)됐기 때문이다. 충전까지는 30분이 남았다. 충전 완료후 운행가능거리는 다시 150km로 늘어났다. 재웅씨는 바로 수원으로 가려다가 톨게이트를 지나 친구가 있는 천안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었다. 가족은 세번째 충전을 위해 수원에 있는 홈플러스 동수원점으로 향해 기흥 동탄톨게이트로 진입했다. 수원에서도 핸드폰으로 미리 상태와 위치를 확인했다. 환경부 발급회원카드로 인증을 하고, 충전커넥트를 차량에 꽂았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충전기가 너무 구석에 있었고, 더불어 주차공간도 너무 좁았습니다. 그것만 조금 보완된다면 다른 대형 할인마트처럼 상쾌한 기분으로 충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웅씨는 꼼꼼한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충전이 완료되어 운행 가능거리가 149km로 늘어났다. 홈플러스 근처에서 1박을 한 재웅씨 가족은 다음날 에버랜드에서 신나게 놀았다.

 

셋째날 아침이 밝았다. 이제는 마지막 목적지인 서울 인사동으로 향했다. 현재 102km 운행이 가능하다고 나왔다. 타이어공기압이 낮다는 점검표시등도 켜졌다.

 

인사동 거리를 구경할 예정이니 가까운 주차장이면 좋겠고, 전기차 충전기도 있어야 하고, 타이어 공기압까지 점검할 수 있는 정비소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바로 그런 곳이 종묘공영주차장. 그곳을 향해 출발했다.

 

드디어 서울에 입성했다. 종묘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운행 가능거리가 63km 남았다. 여기서도 환경부 발급회원카드를 대고 급속충전을 했다. 카쉐어링 씨티카도 눈에 띄었다. 씨티카는 완속충전을 하고 재웅씨네는 급속충전을 했다. 충전을 하는 동안 종묘에 다녀왔다. 다시 공영주차장으로 돌아오니 급속충전이 완료됐다. 운행가능거리는 148km라고 표기됐다. 걸어서 인사동거리를 가려고 했다.

 

출발하기 전. 씨티카용 완속충전기는 별도 인증없이 충전이 될까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충전커넥트를 차량에 꽂고 충전시작 버턴을 누르니 아무런 인증절차없이 바로 충전이 시작됐다. 이럴줄 알았다면 급속충전하지 말고 완속충전기에서 할 걸 그랬다. 충전하는 동안 이제는 걸어서 인사동으로 향했다. 인사동거리 입구에 도착했다. 종묘공영주차장에서 인사동거리 입구까지 걸어서 대략 15분 걸렸다. 인사동 랜드마크는 바로 쌈지길. 여기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구경할 거리가 많아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그렇게 인사동거리를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진해로 내려가야할 시간이 다가왔다. 100% 충전이 된 상태에서 180km주행이 가능하다고 알려 주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충전소에 돌아와보니 여기서도 41분 충전에 금액은 0원. 몇천원 차이가 아니지만 기분은 좋았다. 자 이제 완충이 됐다. 다만 공기압 알림메세지가 떴다. 종묘공영주차장 지하 1층에는 스피드 메이크가 함께 있어 여기서 친절하게 공기압 체크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서울에서 바로 대전 홈플러스(동대전점)로 출발한다. 거리가 162Km 정도 된다. 무사복귀를 기원하며. 신탄진톨게이트로 진입을 했다. 동대전점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충전커넥터를 꽂고 회원카드로 본인 인증후 기다렸더니 커넥터에 이상이 있다고 충전을 거부했다.

 

여러번 시도를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분명 이틀전에는 여기서 충전을 했는데…"

당황하지 않고 바로 대전의 또다른 홈플러스(대전탄방점)로 이동을 했다. 또 6Km 써버렸다. 마침내 홈플러스 대전탄방점에 도착을 했고, 충전기 앞에 차를 세워두고 남아 있는 운행 가능거리를 보니 44Km가 남았다. 서울에서 대전 내려오면서 162Km를 쓰고, 홈플러스 동대전점에서 대전탄방점으로 이동하면서 6Km를 썼다. 현재 남아 있는거리가 44Km라면 162Km + 6Km + 44Km = 212Km. 운행이 가능한 주행거리다.

 

"남아 있는 44Km까지 더 주행을 했더라면 220Km는 가뿐히 넘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재웅씨는 자신했다.

홈플러스 대전탄방점에는 5층 J구역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대전에서도 무사히 충전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여기 대전탄방점은 진입로가 없는 등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 할수 없이 오른쪽 인도의 틈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진입했다. 여기서는 1092원 요금이 부과되었다. 급속충전 결과 150Km 운행이 가능해졌다.

 

자~ 이제는 이틀 전에 갔었던 대구광역시청으로 출발한다. 김천톨게이트를 지나 서대구톨게이트를 통과했다. 드디어 마지막 충전을 위한 대구광역시청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 충전기도 화면이 멈춰선 상태로 충전이 되지를 않았다. 대구광역시청 앞에 있는 충전기는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 상에서도 자주 고장이 났다. 핸드폰으로 미리 충전기 상태를 보고 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당황하지 않고 근처에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여기는 환경부에서 설치한 충전기가 아니기 때문에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 지도상에도 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갔느냐면 차량에 있는 전기차 전용 네비게이션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실제 가봤더니 아래와 같이 출구 쪽에 입구도 같이 있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주차장 관리하시는 분께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주차장 관리사무소 바로 옆에 있었다. 그리로 가서 충전기를 보니 전원이 꺼져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여쭤보니 전기분전함을 열고 전기를 올려야 하는데, 전기분전함을 어떻게 여는지 모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재웅씨가 아무 생각없이 레버를 옆으로 쓱~ 돌렸더니 의외로 분전함이 열렸다. 선을 꽂고 완속충전을 했다. 그런데 단가가 조금 높았다. 보통은 Kwh당 60원 하는데, 여기는 민간업체가 운영해서 그런지 3배가 넘는 200원이나 했다. 아빠와 엄마, 아들과 딸 네가족은 계속해서 기다릴 수 없어 충전중인 쏘울을 뒤로하고 근처 대구에서 유명한 동성로 로데오거리 및 야시골목을 다녀왔다. 갔다와서 보니 불이 하나 더 들어왔다. 어느정도 충전이 되었다는 신호다. 완충은 하지 않고 집에 갈 수 있을 정도만 충전을 했다.

 

집까지는 100Km 정도 되니 110Km만 충전을 한 것. 요금은 2000원 조금넘게 나왔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차량은 주차비가 무료라 기분이 좋았다. 관리하는 할아버지로부터 재웅씨가 저 충전기를 처음 사용했다고 얘기를 듣고서야 분전함을 열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됐다.

 

이제 최종 목적지인 진해로 출발. 드디어 마지막 톨게이트인 남밀양톨게이트에 진입을 하고 집에 도착을 하니 아직도 14Km 남았다. "서울까지 다녀오면서 확실히 아직까지는 충전인프라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충전기 관리실태도 많이 부실해보였고요. 하지만 절대 전기차로 다녀올 수 없는 곳은 아닙니다. 단지 아무도 갈 수 없을거라며 시도를 안해서 그렇지, 저 처럼 누군가 처음으로 시도하고 이렇게 관련 정보를 지속해서 공유한다면 여러가지 더 좋은 경로, 더 좋은 방법으로 장거리 여행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재웅씨는 확신에 찼다.

 

그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서 관리하는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의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충전기가 여러 곳곳에 퍼져 있는데, 이러한 정보를 수집해서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공유하는 것도 의미있는 활동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불편하다 생각한 사람이 바로 실행으로 옮긴다면 전기차 활용 강국이 될 것입니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녀와 동행한 아내 문소영씨도 "쏘울은 우리가족 생애 첫 차"라며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전기차 덕분에 가족들이 여행을 자주가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 등 더욱 화목하게 지내는 계기가 됐다"며 전기차 예찬론을 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위로는 강원도, 옆으로는 광주를 다녀올 겁니다." 재웅씨는 국토 종단과 횡단의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로 창원―서울 어떻게 왕복했나?
정재웅씨는 이동하면서 휴대폰으로 '환경부충전인프라정보시스템'에 들어가 충전소 위치 및 상태를 파악했다.
또한 아래 달린 댓글 등을 보면서 환경부에 등록되지 않은 민간충전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적극 활용하여 영남(창원)에서 수도권(서울) 왕복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이동경로.

-상경길 이동로
△첫째날(10월9일)
창원진해석동 집 180km 완속충전→ 수성톨게이트→ 대구시청 맞은편 공영주차장 151km 급속충전→ 대전홈플러스 동대전점 149km 급속충전
△둘째날(10월10일)
대전홈플러스 부근 1박
△셋째날(10월11일)
대전홈플러스→서울인사동→ 종묘공영주차장 148km 급속충전

-하경길 이동로
△나흘째(10월12일)
서울종묘공영주차장→ 신탄진톨게이트→ 대전홈플러스 동대전점→ 대전홈플러스 대전탄방점 150km 급속충전→ 대구광역시청→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110km급속충전→ 남밀양톨게이트→ 창원진해 석동집 도착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r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후원으로 마련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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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 2014-11-07 23:31:10
전기차 매력이 있습니다 먼저 실행하신 용기와 열정에 박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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