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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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은 콩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초본으로서 일반 콩에 비해 작다는 의미로 소두(小豆), 붉은 콩이라는 뜻으로 적두(赤豆) 혹은 홍두(紅豆)라고 한다. 팥은 옛날 풍습에 잡귀(雜鬼)를 쫓고 평안을 기원할 때 자주 등장한 인물인데,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이 그 대표적인 풍습이다. 이러한 풍습의 유래는 고대 중국의 고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먼 옛날 중국에 '공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능력도 없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었는데 그 날이 바로 동짓날이었다. 죽은 아들의 원혼이 역귀가 되어 뭇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들은 생전에 팥을 싫어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역귀를 쫓기 위해 그가 죽은 동짓날 팥죽을 쑤어 사당에서 차례를 지낸 뒤 문설주, 벽 및 대문 등에 팥죽을 뿌려 잡귀를 쫒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기독교 성서의 '출애굽기'에 기록된 내용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모세'로 하여금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해 낼 때 애굽왕인 '바로'가 이를 거부하자 하나님께서 10가지 재앙 중 마지막 재앙으로 애굽땅에 있는 사람과 동물의 처음 난 것을 모두 죽이게 된다(출 12:12).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양을 잡은 피를 집 좌우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게 함으로써 화를 면하게 되며, 애굽을 탈출하여 하나님이 주신 가나안 땅에 이르게 된다(출 12:17).  
 
어쨌던 간에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것은 영양학적으로 볼 때 쌀에서 부족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해석된다. 팥의 영양성분으로는 수분 14.5%, 단백질 21.4%, 지질 0.6%, 당질 56.6%, 칼슘 124mg%, 인 413mg%, 철 5.2mg%, 칼륨 1180mg%, 비타민 B1 0.56mg%  함유돼 있다. 따라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팥을 같이 섭취하게 되면 쌀에 부족되기 쉬운 식이섬유, 비타민 B1, 칼슘, 칼륨 및 철 등을 용이하게 보충하게 된다.
 
팥의 주요 생리기능으로는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를 예방하고, 유해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작용을 하며, 장내 유익균 번식을 활성화 시켜 항암 및 순환기계 질환을 억제시킨다. 또 장에서 당질의 흡수를 느리게 하므로 당뇨병 환자의 급격한 혈당 상승도 완화시켜 준다. 비타민 B1 은 당질의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권태감이나 피로회복에 좋고, 엄청나게 많이 함유된 칼륨은 체내 여분의 염분 배출을 촉진시켜 혈압을 조절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어 부기를 치료하고 만성신장염이나 뚱뚱한 사람의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이와 관련된 자료로는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에서 '팥은 부종을 없애는 힘이 있다.' 라고 기술 하고 있다.
 
팥에서 주목 받고 있는 또 다른 성분으로는 안토시아닌(antocyanin)과 사포닌(saponin)을 들 수 있다. 팥이 붉은 색을 띠는 것은 바로 안토시아닌 이라는 색소 때문이다. 그래서 팥죽을 끓일 때 철제 냄비 등의 조리기구를 사용하면 안토시아닌이 철과 결합하여 검붉은 팥죽이 된다. 어쨌던 간에 안토시아닌 이라는 물질은 항산화 작용이 엄청 강하기 때문에 인체 내 지질의 산화작용을 막아 콜레스테롤 산화물의 수치를 떨어 뜨려 주며, 당뇨병 예방이나 간 기능 보호, 시력회복, 노화지연, 항암 등에 유효하다. 한 때 블루베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도 알고 보면 바로 이 성분 때문이다.
 
사포닌은 식물에 널리 함유되어 있는 고미성분이며, 식품을 조리할 때 거품을 일게 하는 성질이 있다. 사포닌의 기능성은 항산화 작용으로 인한 항암작용, 항노화 작용을 하며,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 혈압강하 작용 및 강한 이뇨작용을 한다. 또 피부의 때와 모공의 오염물질은 없애 아토피 피부염과 기미, 주근깨 등의 치료에도 좋다. 사포닌은 팥의 껍질에 약 0.3%로 많아 지나치게 많이 먹게 되면 설사를 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팥을 삶아서 첫 물은 버리고 조리하면 된다.
 
팥의 성질은 평하고 맛을 달고 시다. 중국 당나라 「약성본초」에는 팥이 열독(熱毒)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체로 보아 소양인 체질에 잘 맞고, 소화기능이 약하고 여윈 사람이 많이 먹으면 기운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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