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가을걷이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가을걷이
  • 경남일보
  • 승인 201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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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다가온 가을…할 일은 산더미
한파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설악산에는 첫눈이 내렸고 내륙산간지역으로 서리가 관측되고 얼음이 얼었다.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일교차가 커 우리지역의 경우 아침과 한낮의 기온차가 섭씨 15도를 넘는다고 한다.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가을빛깔을 더한 나뭇잎을 보고 가을걷이를 향한 농부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들판에는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기 전에 끝내야 하는 일들이 줄줄이 남아있다. 주초 일본열도를 강타한 태풍 봉퐁의 간접 영향을 받아 한차례 강한 빗줄기가 지나갔다. 바람도 강하지 않아 가을 가뭄이 지속되던 때에 내린 반가운 단비였다. 가을비를 맞고 생기를 찾은 김장채소는 몰라보게 자라 무는 뽑아 찬거리로 사용할 정도로 굵어졌다. 지난 주말에 정식을 마친 제충국도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은 덕에 뿌리를 내리고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잎이 노랗게 물들며 씨앗이 든 꼬투리가 하나씩 새까맣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 들깨를 수확했다. 들깨는 지난 7월초에 모종을 구해다 이식한 것이다. 들깨 모종을 하면서 밭 가운데를 택하지 않고 가장자리를 따라 심었다. 특히 멧돼지와 고라니 피해가 심한 고구마 밭은 들깨를 가장자리에 빠진 곳이 없도록 심었다. 향이 강한 들깨 때문에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어본 것이다. 이리저리 날뛰는 고라니를 막을 수는 없었으나 들깨 효과를 보는 것인지 아직까지 멧돼지 피해는 입지 않았다. 낫으로 익은 들깨를 찌면서 느낀 것은 홀로 떨어져 자란 것이 가지도 많고 열매도 충실하다는 것이다.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들깨는 드물게 심어야 수확량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어린 모종을 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간격을 좁혀 심게 마련이다. 내년에는 잊어버리지 말고 넓게 심어야겠다.

들깨 대를 낫으로 잘라 옮겨주면 아내가 막대기로 털었다. 막대기로 두들기면 꼬투리에 들어있던 작은 씨앗이 튕겨져 나와 쌓인다. 이렇게 쌓인 씨앗에서 잎과 같은 이물질을 제거하면 들깨만 남는다. 이물질을 제거하다보면 들깨와 함께 지내던 온갖 벌레가 떨어져 나온다. 특히 노린재가 많이 기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기겁을 하곤 하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 농사일이란 때로는 징그럽게 보이는 곤충이나 벌레와 친해져만 할 수 있다.

털어 온 들깨를 말리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다. 체로 쳐서 다시 한 번 이물질을 제거하고 햇볕에서 말린다. 때로는 못된 고양이가 들깨 늘어둔 곳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지켜야 한다. 고양이가 모래나 흙으로 알고 들깨에 용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벼 타작을 마쳤다. 타작이래야 낫으로 벼고 말려서 탈곡기로 하는 것이 아니고 삯을 주고 콤바인으로 하기 때문에 힘이 드는 일은 아니다. 아버지께서는 벼 수확 때만 되는 늘 걱정을 하신다. 하시는 말씀이 나락타작을 해서 들여야 안심이 된다고 한다. 먹을 것이 모자랐던 옛날 기억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돈보다는 양식이 중요하다며 한 번도 나락농사를 쉬어 본 적이 없다.

콤바인 기사 말로는 올해는 예년보다 수확량이 적다고 한다. 아마 여름에 흐린 날이 많아 일조량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란다. 수확량이 적다보니 일이 수월해졌다. 중간에 한번 콤바인에 쌓인 나락을 비워야 했는데 올해는 그럴 필요가 없이 한 번에 끝을 냈다.

콤바인에 쌓인 벼는 말리기 위하여 그물망을 깔고 그 위에 늘었다. 올해는 팔지 않고 수확한 벼 모두를 양식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하루 이틀 햇볕에 말렸다가 창고에 쌓아두고 필요할 때 도정을 해 먹을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올해는 식구가 늘고 애들이 부쩍부쩍 자라 양식이 많이 들 것이라며 벼를 고르게 폈다.

다음 달 초에 우리고장에서 ‘2014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가 열린다. 그동안 키워 온 농작물을 선보이기 위하여 검사를 의뢰했다. 온새미로농법이라는 순 우리말 이름으로 지은 결과물에 대한 최종 결과를 보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도 확인을 해 보았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차별화시킨 농작물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숙제가 남았다.

/정찬효·시민기자

귀농일지_들깨수확
최근 들깨잎이 노랗게 물들며 씨앗이 든 꼬투리가 하나씩 새까맣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 들깨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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