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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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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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출제 오류로 인한 법률분쟁
최근 작년 치러진 수학능력평가시험 출제 오류를 원인으로 수험생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2014. 10. 16. 1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뒤집고, “세계지리 과목에 대한 등급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였다. 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로 법원에서 원고승소판결이 난 것은 사상 처음이다(사법시험에서 출제오류로 원고승소판결이 선고된 경우는 있었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위 소송에서 문제가 된 지문은 세계지리 8번 문항(3점)으로 4개의 보기 중 옳은 설명만을 있는 대로 고르는 문제였는데, 교육부가 정답으로 인정한 보기(ㄷ)는 ‘유럽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것인데, 문제에 제시된 세계지도에 ‘2012년도’라는 표시가 있었는데, 2012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유럽연합보다 총 생산액 규모가 크게 되어, 위 교육부가 정답으로 인정한 보기(ㄷ)는 결국 2012년도의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1심에서는 ‘EU의 평균 총생산액이 NAFTA보다 많다는 것이 교과서에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험생은 출제자의 출제의도를 감안해 정답을 선택해야 하고, 정답을 선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출제지문의 그림에 명시된 2012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NAFTA의 평균 총생산액이 EU보다 많기 때문에 교육부가 정답으로 인정한 지문은 명백히 틀린 지문이고,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수험생이 문제 자체의 오류로 인해 선택을 올바르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고들의 세계지리 등급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지는 불분명하지만 항소를 포기하거나 상고를 했더라도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과연 작년 수능시험에서 세계지리과목을 선택하여 대입에 응시하였다가 3점 이내의 점수 차이(위 문제는 배점 3점)로 불합격한 수험생들이 당해 대학교를 상대로 ‘불합격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 승소판결을 받아 합격자의 지위를 가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합격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은 처분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는데(동법 제20조), 작년 11월에 수능을 치르고 불합격 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이미 90일이 지났기 때문이다. 설령, 제소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행정소송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이유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즉,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다만, 그 처분 등이 위법하다는 것만 선언하는 판결(사정판결)을 할 수 있다.’(동법 제28조 제1항). 따라서, 설령, 제소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대입이 모두 끝나 입학사정이 완료되어 정원이 채워진 상태에서 기존의 불합격 처분을 처분하여 다시 합격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교육행정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공익상의 이유로 사정판결(事情判決)을 할 소지도 있다.

그렇다면, 출제오류로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은 아무런 구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끝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즉, 국가의 수능시험 출제상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입학시험에서 부당하게 불합격을 당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을 이유로 이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정소송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국가의 수능출제상 과실과 위법성이 인정될 것이고, 수험생의 연령이나, 당해 문제의 난이도, 출제과정의 과실 정도, 다른 피해회복수단의 강구여하, 수험을 준비하는데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기간 및 비용 등을 고려하여 위자료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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