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창녕장>
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창녕장>
  • 정규균
  • 승인 201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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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레 국밥 한 술에 옛이야기 젖는 장날
창녕읍시장은 야채상인들이 골목마다 북적거리고 있다
창녕읍 시장에는 야채류상인들이 골목마다 북적거리고 있다


즉석두부 판매
창녕읍 술정리 시장입구 즉석두부가 맛으로 경쟁하고 있다


창녕군 창녕읍 술정리 일대에 소재한 창녕읍 상설시장은 매월 3일과 8일에 열리는 5일장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창녕읍 시장이 교통이 원활하지 않아 인근 대지면 고암, 유어, 계성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창녕읍 재래시장에서 각종 물건을 사기 위해 비포장도로의 흙 먼지를 덮어쓰고 자녀들의 옷가지와 가전제품 등을 구입키 위해 읍내시장에서 평소 면식이 있는 중간상인들과 접한다.

이런 가운데 농업인들은 자신들이 집접 생산 재배한 마늘과 고추. 양파 등을 경운기나 트럭에 가득 싣고 직거래 방식의 즉석 경매를 하는 창녕읍의 교통 요충지이며 중심지역인 오리정 인도변에 농산물을 내려놓고 중간 상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은 시장일마다 엿볼 수 있다.

특히 마늘과 고추를 싣고 온 농민들은 아침도 거른 채 가격을 더 받기 위해 혈투(?)를 벌인다. 불과 2시간이면 마늘과 고추를 싣고 온 농산물들은 대부분 매매가 끝나 마늘·고추시장은 끝나고 각종 채소 상인들만 뙤약볕 인도변에서 하루종일 판매에 열을 올리며 주민들에게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장면들이 5일장마다 연출되고 있다. 지금은 고추·마늘시장은 당국이 교통체증 및 각종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구)공설운동장에서 임시시장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창녕에서 소문난 젓갈류
창녕시장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젓갈류 상인들이 시장골목을 점령하고 있다.


이처럼 창녕읍의 대표적인 맛으로 탐방객들이나 외지인들이 매스컴을 통해서 소문난 ‘수구레국밥’ 한 그릇 먹기 위해서 농촌지역 노인들은 인근마을 친구들과 지인들이 함께 소주와 막걸리를 한잔 나눠 먹는 그야말로 60년대 어려운 시절을 연상해 본다.

이들은 수구레 국밥 등을 먹고 어릴적 이야기 등을 나누는 정겨운 농촌 살림살이의 암울한 그때의 눈물겨운 상황을 회상하면서 너털웃음으로 한바탕 주위로부터 시선을 끈다.

또한 창녕축협 인근 시장입구 진입로는 아침부터 외지인들이 가정 주부들로터 시선을 끌고 있는 냄비, 그릇, 프라이팬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양쪽으로 진열해 놓고 있으며, 시장을 보기 위한 주민들은 인산인해를 이루는가 하면 곡물상 가기 전에 과일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헐값에 판매한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창녕군 대지면에서 온 김항래(71) 할머니는 가지, 고추, 오이, 호박잎, 고구마 등을 진열해 놓고 1평 남짓한 노점상에서 누가 살까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땀을 흘리며 팔아봤자 하루에 2만원도 채 못 번다고 하소연한다. 김 할머니는 장사한 지 20년이 넘었다고 긴 한숨을 쉬면서 노점상으로 아이들 학비 등을 마련해 성장시켰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창녕읍 상설시장은 10여년 전에 건립한 최신식 아케이트 시설 건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식처로 자리를 잡고 있고, 특히 시장 내방객들에는 편리하다.

창녕 토박이이면서 장돌뱅이로 소문난 장윤식(45)씨는 5년 전에 직장에서 퇴직하고 먹고 살길이 막막해 손수레로 땅콩과 고구마, 열무, 우엉, 상추 등 채소를 싣고 창녕상설시장에 아침부터 왕복으로 500m거리를 오가면서 자신의 물건이 싱싱하다며 판매에 열을 올려 짭짤하게 재미를 본다고 한다. 그러나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것을 일부 상인들로부터 좋지 않은 언사와 배신감에 질타를 받고 있다면서 관계당국이 나서 제재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이어 남쪽 시장입구에서 노점상 옷 가게를 30년 한 김모(여·60)씨는 어려워 노점상을 한다며 70~80대 노인을 비롯한 여성 등 주로 할머니가 옷과 양말 등을 사간다며 김씨도 장사가 잘되면 가게를 더욱더 확장할 것이라고 기대에 찬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물전에는 가물치, 미꾸라지, 붕어, 잉어 등이 큰 고무통에서 자신의 운명도 모르고 물을 튀기면서 유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물고기를 사러온 주민들이 구경하면서 잠시 머물러 가가도 한다.



5일장이면 채소류등을 진열해놓고 판매하고 있다
대지면 김항래 할머니는 장날이면 고구마, 감자, 파, 상치 우엉 고추등을 진열해 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돼지족발 등 육계닭을 진열
돼지족발 육계닭등을 진열해놓고 판매하는 강찬수씨


돼지족발과 육계 닭, 엄나무 등 인삼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강찬수(57)씨는 “8년 전부터 장돌뱅이로 이 자리에 터전을 마련해 부부가 쉴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손님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바람에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매년 점점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전통시장이 아무리 시설이 낡고 보잘것없어도 구경거리는 물론 옛 정이 흐르고 헐값으로 각종 제품을 살 수 있을뿐더러 맛은 우리지역 농산물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야심차게 말한다.

족발과 육계 닭을 썰면서 취재진에게 맛을 보라며 권하는 강씨는 “보다 신선한 제품과 서비스로 대형마트와 경쟁한다면 대형마트 제품을 훨신 뛰어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쪽에서 시장진입을 하다 보면 눈에 크게 띄는 소문난 즉석두부 간판이 보인다. 즉석두부 주인 김모(42)씨는 “즉석두부를 8년 동안 즉석에서 콩을 삶아 두부를 직접 기계로 만드는데 신선도는 아주 뛰어나다며 2년 전만 해도 시장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렴한 가격으로 저의 집에서 판매하는 두두 1모를 까만 비닐봉지에 넣어주는 기분으로 장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요즈음은 하루 매상이 지난해보다 다소 떨어져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마트에 판매하는 두부는 즉석에서 만든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맛과 전통시장의 즉석두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맛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김씨는 특히 주부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며 경쟁에서 반드시 이길 것라고 자신했다.

또한 보물 제310호인 창녕읍 송현동 288번지 석빙고, 술정리 29번지 중요민속자료인 창녕 하병수씨 가옥(제10호)과 수년 전부터 개전이라고 소문난 도로변에는 최근 태어난 병아리와 오리새끼, 강아지들을 파는 속칭 ‘개전’도 볼거리다.



시장골목 리어카 상인
어물전 시장
창녕군 영산면 봉암리 김모(55)씨는 잉어,붕어 미꾸리지 가물치등을 진열해 놓고 즉석에서 횟감을 썰며 짭잘한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참깨로 기름을 짜내는 방앗간을 지나치면 참기름 냄새는 물론 시골 노인네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야말로 시골장터는 자식들과 가족들에게 선물로 보내기 위해 참기름 방앗간은 장날에는 아침부터 쉴틈 없이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이에 비해 기존 건어물전과 시장장옥의 의류와 한복가게는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떡집은 추석 명절이 지나도 항상 주문이 쇄도하면서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과 아울러 대목을 짭짤하게 보냈다는 상인들의 기쁜 사연도 들을 수 있다.

가축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창녕 가축시장은 새벽부터 3일과 8일에는 대구, 현풍, 밀양과 심지어는 충청지역에서 많은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 진입로가 정체현상을 빚는 가운데 소를 적재함에 싣고 가축시장으로 진입하는가 하면 그야말로 새벽부터 가축의 울음소리와 함께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전국에서 많은 가축이 매매되고 있다.

창녕읍 5일 상설시장은 현대화가 시작되던 지난 1947년도 재래시장으로 개장과 함께 2012년 전통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지난 2005년 6억원의 예산을 들여 입주 점포 72개의 아케이트를 건립해 상인들에게 이미 분양을 마쳤다. 또 현대식 공중화장실은 7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해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 인근에는 석빙고를 비롯한 술정리 동 3층석탑은 공원으로 조성돼 공원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고 있으며 진흥왕 순수비, 가야왕릉이 인근에 위치해 가족단위나 자녀들의 문화유적 답사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창녕상설시장
창녕 상설시장


창녕 삼오식당 수구레 국밥
창녕읍 시장입구 도로변에서 삼오식당을 경영하는 김경영(60)씨는 전국 매스콤을 타고 있는 수구레 국밥은 시장날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리고 있으며 자신의 손맛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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