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탑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의병탑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 박수상
  • 승인 201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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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상 (북부지역본부장)
우리나라 역사상 의병의 효시는 짧게 보면 임진왜란 때의 임란의병 활동이라 할 수 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망우당 곽재우장군의 의병이 전국 최초로 의령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파죽지세의 왜군에 맞서 의병들이 잇따라 봉기했고, 이는 왜란의 퇴세를 촉발시켜 결국 나라를 구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지금 의령읍 남산기슭에는 의병을 일으켜 국운을 되살린 뜻을 기리고 애국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의령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서 있다. 바로 의병탑이다. 의령읍 충익사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의병탑은 의령의 상징물답게 의령인의 긍지를 지켜주고 있는 자랑스러운 탑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에게 애국정신과 의병정신을 일깨워주는 순국선열들을 추모하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이 의병탑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세워진 지 42년이 지나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바람에 주요 구조물인 화강석이 벌겋게 혈흔처럼 변질되어 보기조차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대로 방치할 경우 붕괴위험마저 우려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물론 당장 무너지는 일은 없다하더라도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18장군의 영혼을 담고 있는데다 의병정신이 살아 숨 쉬는 탑의 옆면과 뒷면의 흰색 화강석이 온통 붉은 녹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변질된 채 흉물로 방치돼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탄 받을 일이다.

더욱이 당시 설계를 맡았던 건축전문가가 지난 2009년 의병탑을 방문해 노후화로 인한 위험징후를 발견,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지금까지 방치해온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가 나가자 뒤늦게 정밀안전진단에 착수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은 예산 확보와 함께 정밀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전면보수 또는 화강석 내부 철근 부식 등 전체적인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의병탑 전체를 해체하여 재시공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여 의병탑이 건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의병탑은 곽재우 장군과 17장령의 영혼을 담아 위업을 기리는 만큼, 후대에 의병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건립했다는 본래 취지를 살려 설계에 그대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의병탑 가운데 붙여진 탑명인 ‘의병탑’의 글씨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휘호다. 당시 전국적으로 많은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의병탑 준공은 의령군민은 물론 국민에게 애국정신을 일깨우고 우리의 국권회복 의지와 항일투쟁의 기개를 전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정도로 순국선열들을 추모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의병탑에는 의병장과 더불어 나라를 지켜낸 의병들의 정신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군민의 힘과 정신도 함께 담겨 있다. 그것은 군민의 성금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출향인사인 고 이병철씨를 회장으로 하는 의병기념사업회를 발족하고 군민의 성금을 모았다. 군민들이 한 푼 두 푼 내 놓은 것이 당시 2300여만원이 되었으며 1972년 6월 3일 전국의 의병을 대표하는 의령 의병탑을 세웠기에 의령군민의 기상이라 할 수 있다.
박수상 (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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