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선별작업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선별작업
  • 경남일보
  • 승인 201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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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까지 마쳐야 한해 농사 마무리
지난주에는 때 아닌 가을폭우가 내렸다. 가을비는 주초 3일에 걸쳐 100mm가 넘게 내리며 미처 추수를 끝내지 못한 들녘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비 때문에 서둘러야 할 가을걷이가 늦어지며 예년 같으면 비어있어야 할 들판에 아직도 수확을 못한 벼가 누렇게 남아있다. 농사를 짓는 것뿐만 아니라 가을걷이도 하늘이 도와주어야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한 주였다.

지난 23일은 절기상으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었다. 주초에 큰비가 내렸지만 계절을 잊지 않은 듯 다음날부터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며 곳곳에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렸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한낮이면 하늘은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지만 아침에는 안개가 짙고 비라도 내린 것처럼 모든 것이 이슬에 흠뻑 젖는다. 이슬 때문에 햇살이 퍼져 이슬이 마르기 전까지는 콤바인으로 하는 벼 타작은 물론 모든 가을걷이를 할 수 없다. 해가 짧아진데다가 오전 일을 나설 수 없으니 가을 수확에 애를 태운다.

비가 내린다는 뉴스를 보고 베어 놓은 들깨를 털었다. 지난 주말에 베면서 한 번 털고 씨앗이 든 꼬투리가 말라 벌어질 때까지 밭에 늘어 두었다. 비와 함께 바람이 불어 늘어둔 들깨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면 씨앗이 떨어져 나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애써 키운 들깨씨앗이 달아나버리면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모종을 심고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맞춰 베고 말려서 씨앗을 털어 모우지 않으면 제대로 된 수확이 될 수 없다.

감 중에 홍시를 해먹는 대봉이 노랗게 빛깔이 나면서 수확을 시작했다. 단감은 품종이 대부분 부유라는 품종이라 아직 수확시기가 일러 대봉부터 수확을 시작한 것이다. 심은 지가 얼마 안 된 어린나무라 아직 수확량이 많지 않아 아내와 둘이서 따는 대로 공판장에 보내기로 했다.

대봉을 따기 위하여 막상 밭에 올라가 가위를 드니 어느 것이 익은 것이고 들 익은 것이지 구분이 쉽지 않았다. 수확을 시작하는 시간이 이슬이 마른 후 햇빛이 강한 때라 붉은 빛깔이 더 붉게 빛나며 구별을 어렵게 했다. 이리보고 저리보아 가며 따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직 익은 감이 많지 않아 이 나무 저 나무 찾아다니며 하나 둘 따 모으다 보니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았다.

수확한 대봉은 창고로 옮겨 선별기로 선별을 했다. 우리 집 선별기는 구형으로 사람이 일일이 하나씩 선별기에 올려야 한다. 올리기 전 눈으로 보고 모양이 이상하게 생긴 것과 흠집과 상처가 있는 과일을 골라냈다. 상품이 될 만하다고 생각되는 과일만 선별기에 올리면 무게로 구별을 해 비슷한 크기의 감이 한 곳에 모인다. 이렇게 모인 감은 크기별로 상자에 담아 개수를 적어 포장을 하면 출하 준비는 끝난다. 포장을 마친 대봉은 농협집하장으로 가져가서 출하할 장소와 공판장을 지정해주면 경매를 거쳐 판매가격을 통장으로 입금 받게 된다.

지난해에는 선별 방법을 잘 몰라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해 고생을 많이 했다. 올해는 다른 사람이 선별하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도 듣고 가격이 높게 나오는 농가가 출하하는 농산물을 직접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높은 가격을 받는 농가는 무엇이 달라도 달랐다. 과일에 작은 흠이라도 있으면 과감하게 오손과로 구분하여 상품과 섞이지 않도록 선별에 철저를 기하고 있었다. 선별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주인이 직접 한다고 했다.

보통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버리는 것이 아까워 큰 흠집이 아니면 대부분 섞어서 함께 포장을 하곤 한다. 그러나 농산물 경매에서 좋은 가격을 받는 농가는 작은 흠이라도 있으면 철저히 제외시켰다. 과일 하나 아끼려다 한 상자 아니라 그날 출하하는 농산물 전부를 손해 볼 수 있다며 아깝게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품질이 나오도록 농사도 잘 지어야 하겠지만 선별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는 좋은 게기가 되었다. 얼마 전가지 위와 아래 겉과 속의 품질이 다른 속박이가 문제가 되었으나 지금은 제품에 이름을 인쇄해서 출하하는 실명제가 정착되면서 사라졌다. 이런 출하 과정들이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 우리농산물을 소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찬효·시민기자

선별과 포장
상품이 될 만한 것만 선별기에 올린다. 선별기에 올리면 무게로 구별을 해 비슷한 크기의 감이 한 곳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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