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상권에 새 바람이 분다
죽은 상권에 새 바람이 분다
  • 강진성
  • 승인 201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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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로수길, 젊은 상인들 열정에 핫 플레이스로
진주시 중안동에 위치한 진주교육지원청 앞은 플라타너스 나무로 가을 운치를 더한다. 가로수 사이로 띄엄띄엄 자리잡은 작은 가게는 어느새 300여m의 거리를 채워가고 있다. 식당에서부터 커피숍, 옷가게, 인테리어 소품점까지 화려하진 않지만 소소한 인테리어가 재미를 주는 ‘젊은 가게’들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가게 분위기는 가로수와 잘 어울린다. 운치가 흐르는 이곳은 요즘 20~30대 여성사이에서 뜨고 있는 ‘진주가로수길’이다. 이곳은 특색있는 가게와 상인들의 거리 활성화 노력이 결합된 산물이다.

진주가로수길이 형성된 것은 4~5년 전. 과거 이 거리는 인쇄소 상권이 화려했던 곳이다. 배영초등학교가 옮겨가고 폐건물로 남게 되자 인적도 뚝 끊겼다. 점포는 하나 둘 떠나거나 문을 닫았다. 가로수길 ‘젊은 가게’의 터줏대감으로 알려진 ‘더샵(인테리어시공·가구판매)’이 2008년 이곳에 올 때만해도 상권이 다시 살아나리라고는 상상조차 힘들었다.

영원히 쇠퇴할 것만 같던 가로수길에 변화가 찾아왔다. 2010년 옛 배영초등학교를 허문 자리에 진주교육지원청이 옮겨왔다.

진주경찰서에서부터 진주초등학교 300여m거리에 젊은 상인들이 모여 들었다. 도심 중심상권과 가깝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가 장점이었다. 가게 크기는 대체로 33㎡(10평) 내외. 아직 상권이 제대로 형성된 건 아니지만 30여개의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주인들은 대부분 30대로 이뤄졌다. 수제초콜릿, 인형공예, 재활용소품 등 기존 상권에는 보기 어렵던 가게들이 들어섰다.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대박이 나지 않아도 가게를 유지할 수 있다. 이같은 아기자기한 가게는 가로수길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낸다. 빈티지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는 젊은 소비층을 이끄는 또다른 매력이다.

가로수길의 최대 장점은 편안함과 즐거움이다. 가볍게 쉬어갈 수 있는 커피숍들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가게 주인과 자연스러운 대화도 오간다. 옆 테이블의 손님에게 말을 건네도 어색하지 않다. 이들은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마신다.

가로수길의 또 다른 특징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없다는 점이다. 소규모 점포들이 주는 소박함은 크고 번듯한 점포가 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구도심 공동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있는 시기에 진주가로수길은 상인들이 스스로 만든 상권이라는 점에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지만 새로 문을 여는 가게는 주변과 어울리는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가로수길’ 명칭은 누가 지었는지 알져지지 않고 있다. 서울 가로수길에서 따왔는지, 플라타너스 나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름 붙여졌는 지 알 수 없다. 사람들 입을 통해 가로수길이라는 명칭은 어느정도 알려졌다.

최근 상인들이 모여 명칭에 대한 논의도 했지만 가로수길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 아닌 진주만의 특색을 가진 가로수길로 만들자고 했다.

진주가로수길은 서울의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에 비해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주지역에서 상인들이 자생적으로 붕괴된 상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로수길 상인들은 거리 활성화를 위해 매달 모임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마켓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토요일 (오후 1시~6시) ‘어슬렁마켓’이 들어선다. 시민 누구나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팔 수 있는 벼룩시장이다. 지난 11일 첫번째 행사에 이어 25일 두번째 행사가 열렸다.

어슬렁마켓 운영진 정윤남(카페 목요일오후네시 대표)씨는 “어슬렁마켓은 누구든지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리마켓이다. 문화를 즐기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상인들이 뜻을 모아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가 있어야 사람이 찾아온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곳에 시장이 들어선다. 타 지역을 모방한 가로수길이 아닌 진주만의 가로수길을 만들기 위해 상인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진주교육지원청 맞은편 가로수길에서 두번째 어슬렁마켓이 열렸다. 매월 둘째, 넷째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어슬렁마켓은 상인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프리마켓으로 좌판을 깔고 판매를 할 수 있다. 가로수길은 최근 아기자기한 가게들로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문화거리로 만들기 위해 상인들이 직접 어슬렁마켓을 기획해 실행에 옮기면서 구도심 공동화 지역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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