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사)경남언론포럼 부회장)
강원도 지방은 벌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그곳은 가을이 채 가기도 전에 월동준비에 부산을 떨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남부지방 사람들은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 겨울나기 채비에 다소 여유롭다. 일상에서 기온이 떨어지는 것은 추위와 고통을 동반한다. 올해는 또 얼마나 추울까를 생각하니 난방비에다 김장걱정이 앞선다. 물가는 해마다 치솟고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뚝뚝 떨어지니 말이다.
겨울 3개월이지만 체감추위는 이보다 훨씬 더 길다. 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서민들은 따스한 체온이 그리워진다. 그 따스함을 불어넣어야 할 정치인들은 서민들의 추운 삶은 아랑곳없이 자기들만의 앞가림에 혈안이고, 국민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중구난방이니 꽁꽁 얼어 붙어만 가는 마음을 누가 녹여줄까 참으로 암담하다.
돌이켜보면 울화통 터지고 짜증난 일이 한두 가진가. 지난 4월, 전 국민을 비통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사건’. 상식과 원칙을 깡그리 내팽개치면서 벌어진 대참사였다. 정상의 비정상화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되풀이되는 ‘파행국회’에 국민들의 염증은 극에 달했다. 세월호 특별법도 헌법 개정도 다 지겨울 지경이다. 그러다가 슬며시 ‘세월호의 눈물’이 또다시 세월에 묻히지 않을까 염려된다.
대형참사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실행방안을 찾지 못한 채 흐지부지해 버리면 결국 그 재난은 반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늘 우리는 그 되풀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사건이 터졌다 하면 봇물 쏟아내듯 떠들어대다가 슬며시 꼬리를 감추고 마니, 이게 바로 냄비근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이래저래 서민들은 춥고 서럽다. 스러져가는 10월에.
박성규 ((사)경남언론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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