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억 원의 주먹구구식 사회
41억 원의 주먹구구식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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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1989년 ‘역사의 종말’을 통해 ‘더 이상 역사발전은 없다’고 선언해 지식인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미 스탠퍼드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이번에는 ‘미국의 정치적 쇠퇴(political decay)는 고질적이고 개혁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떤 외부적인 충격이 와서 진정한 개혁을 위한 정치적 연합을 촉진시키고 시민의 행동을 이끌어낼 때까지 쇠퇴는 계속될 것이다’면서 미국정치에 희망이 사라져가고 쇠락한 미국정치를 경고하고 있다. 후쿠야마가 진정 하고 싶은 말은 미국정치는 자정기능을 상실했고 외부충격만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지구촌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후쿠야마의 이러한 지적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들 개별영역의 끊임없는 자기진단과 자정능력 그리고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풍토가 다르지만 한국정치 사회에 해야 할 말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최근호 기고에서 미국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는 정당도, 유권자인 시민도, 이익단체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정치제도가 총체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쇠퇴의 길을 가고 있고, 지적인 경직성과 기득권층의 반(反)개혁적 행태가 맞물려 미국정치의 자기수정 기능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지구촌을 이렇게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 100년의 굴욕기를 거쳐 다시 돌아왔고, 과거 왕조시대처럼 아시아에서 넘버원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중국은 아시아를 잘게 쪼개 잠식해 가고 있다. 러시아와 비슷해 보이지만 중국의 경우는 권위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중국은 동·남중국해의 산호초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향해 우리가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으나 미·일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후쿠야마 교수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하는 미국정치의 현실은 암울하다. 민의의 전당인 의회는 가진 자들이 만든 이익단체가 막대한 정치자금을 대가로 사익을 공익으로 포장한 법안을 사는 ‘장터’로 묘사한다. 미국사회도 ‘유전유법, 무전무법’의 사회라는 말이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사법부는 자신들이 양산한 규제법안을 통해 역으로 행정부의 비대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이념적 양극화가 심해진 여야 정치권은 ‘견제와 균형’을 벗어나 서로의 발목을 잡는 ‘거부권 정치(vetocracy)’에 젖어 있다. 시민의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과 정치제도의 문제들이 상승작용을 하면서 전반적인 정치의 기능장애 현상이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후쿠야마의 미국정치 진단의 진수는 ‘정당과 이익단체는 정치자금과 영향력을 포기하려는 생각이 없고 대부분의 시민은 복잡한 공공정책 이슈와 씨름할 시간도, 배경도, 의지도 없다. 정치적 참여와 투명성을 증대시켜 문제를 해결할 자정능력도 사라졌다. 미국정치에 외부적 충격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힌다. 그 충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최근 우리 정치사회 정체(停滯)와 관련하여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해군 통영함에 탑재된 선체고정음파탐지기를 미국업체는 48억2000만원에 사라고 제안했고, 원가총괄팀은 12% 정도 가격을 낮춰 41억원에 합의했다. 가격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음에도 업체가 부른 가격을 그대로 인정해준 것이다.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의 가격산정이 주먹구구로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이 뚜렷하다. 주먹구구식 사회에는 어떤 충격이 있어야 할까.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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