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 경남일보
  • 승인 2014.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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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법학박사·전 진주·창원경찰서장)
벌써 이 해의 10월도 끝자락입니다. 단풍이 지천이라고들 해서 지난 일요일 친구와 기백산으로 등산을 갔습니다. 주차장인 장수사 절터에서 용추계곡을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길을 잡고 올랐습니다.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코스는 남쪽 능선을 쭉 따라 내려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좀 험하고 어려운 코스라 그런지 단풍철이고 휴일인데도 오가는 등산객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단풍들은 붉어질 대로 붉어졌고 산길은 벌써 낙엽들로 뒤덮여 발길을 떼놓을 때마다 바스랑거리며 구르고 있습니다. 새소리, 바람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겨울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계절, 이런 장소에서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입니다. 이 노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Anything that’s part of You’를 번안한 노래입니다. 27살에 요절한 차중락씨가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로 불러 심금을 울렸던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참 애절하고 너무 아름답습니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립구나/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곱게 물들어 그 잎새의 사랑의 꿈을 고이 간직 하렸더니/아~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 따라 가버렸으니….”

세월 앞에 인간은 무력한 존재입니다. 꽃다운 청춘이 잠시 봄꿈을 꾸는 동안 벌써 노년으로 접어들었다니, 이놈의 세월이 정말 속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성숙의 단계를 지나면 늙어가고 늙어간다는 것은 현세에서 서서히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늙어가는 시기에 욕심을 부리면 지난 삶까지 추해지는 법입니다. 이 시기에는 남들과 다투지 말고 서로 베풀고 위로하며 살아야 합니다. 공수래공수거, 이 세상 하직할 때 빈손으로 가는 인생입니다. 이제는 하나씩 하나씩 비워 가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움켜쥐고 떠날 때 안절부절못하는 삶보다 훨씬 고상하고 의미 있는 삶이 될 것입니다.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이 구절은 우리들 인생살이의 의미심장함이 녹아 있는 압권 중에 압권입니다.

강선주 (법학박사·전 진주·창원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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